"지명수배 내린 검찰 3년간 뭐 했나"…50억 사기 주범 끝내 법정 못 세워

창원지검 김해무계지역주택조합 사기 사건 핵심 주범 김씨 수사
2020년 지명수배 내리고 기소중지했지만 3년간 검거 못해 행방 묘연
피해 조합원들 "주범 횡령했을 것, 검찰 수사 의지 부족" 비판
창원지검 관계자 '피해자 억울함 이해, 검거에 최선 다하겠다' 설명

검찰 깃발. 황진환 기자

창원지방검찰청에서 수사를 받던 수십억 원대의 사기 핵심 피의자가 잠적해 수년째 소재 불명인 채 조직 일당에 대한 최근 1심 선고가 이뤄졌다. 검찰이 지명수배를 내리고도 핵심 피의자를 3년째 검거하지 못한 상태로 나머지 일당만 법의 심판을 받게 되자 피해자들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며 "검찰의 수사 의지 부족 탓"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은 지난 2020년 11월 경남 김해무계지역 지역주택조합 비리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피고인 등 7명이 2016년쯤부터 분양률을 높게 조작해 지역주택조합원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신탁사로부터 사업비 명목으로 약 54억 원을 편취한 뒤 조합을 방만하게 운영해 사업을 무산시켰다는 게 사건의 주 내용이었다.

검찰은 7명 중 6명을 사기나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 22일 1심 판결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받게 했다. 약 3년 만의 결과였다.

하지만 문제는 7명 중 검찰이 이 사건 범행을 주도했던 핵심 피의자인 전 업무대행사 대표 김모(당시 75세)씨를 3년째 검거하지 못한 데 있다. 김 씨는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고 분양률을 조작하며 조합 자금을 빼내기 위해 피고인들에게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 등 이 사건을 총괄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검찰은 당시 배포했던 자료에서 김 씨를 A씨로 특정하며 가장 범죄 혐의가 많은 인물로 적시해놨었고, 최근 1심 판결문(창원지법 형사4부)을 작성한 법원에서도 김 씨가 특정경죄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업무상배임 및 횡령 등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과 공모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검찰은 2020년 11월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도주 탓에 지명수배를 내리고 기소중지를 해놓은 채 여태 검거하지 못해 결국 1심 법정에도 세우지 못했다. 3년 만에 선고가 나온 결과에 300여 명의 피해 조합원들 중 다수가 만족하지 못한 이유다.

피해 조합원들은 이에 검찰이 주범 김 씨를 잡지 못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소된 피해금 54억 원 사기 사건에서 김 씨가 주도한 43억 원 사기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범죄를 입증하지 못해 피고인 일부가 이 부분 무죄를 선고받아 고작 10억 원대 사기 사건으로 축소됐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피해자 A씨는 "검찰이 가장 핵심 주동자 김 씨를 잡지 못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며 "50억 원 중 일부는 분명 김 씨가 횡령해 풍족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 가족 B씨는 "정말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었다면 일당의 우두머리 김 씨를 잡지 못했을까"라며 "김 씨가 또 어디선가 사기 행각을 저지를지 모르는데 제2의 피해자가 나오게 될까 걱정이다"고 했다.

창원지검은 이와 관련해 엄정 수사와 함께 김 씨 검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피해 금액을 변제받지 못하는 등 억울함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엄정하게 수사를 했다"며 "김 씨의 소재 파악을 위해 주거지 수색과 정기적 탐문 등 검거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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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이형탁 기자 ta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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