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우울증' 아내 "8세 子 후진 차량에 치여 숨져..한쪽 눈뜨고 안 감아" ('결혼지옥')[SC리뷰]

조윤선 2023. 6. 27. 07: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10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상처를 고백했다.

26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결혼 생활 내내 두 집 살림을 해왔다는 주말 부부가 출연했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4년째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다는 아내와 남편. 아내는 주말부부로 사는 이유에 대해 "(남편) 직장 때문도 있고,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 한다. 그래서 남편이 화성에서 파주로 왔다 갔다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남편이 비혼주의자였다. 그리고 난 재혼이다. 내가 한 번 실패해서 좀 더 신중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어떻게든 아내와 잘살아 보고 싶다. (아내가) 한 번 실패했으니 두 번 실패하기는 그렇다. 근데 서로 부딪히기만 하니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바꿔볼 수 있을까 궁금해서 신청했다"며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아내도 "이 결혼 생활이 행복하고 이 사람이 나의 울타리가 되어줘서 예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후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남편은 일주일 만에 아내를 보러 가는 길인데도 즐거운 기색 하나 없이 한숨만 쉬었다. 심지어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자 "솔직히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털어놔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줬다.

다음 날 아침에도 부부는 다퉜다. 아내의 오랜 우울증 때문에 가벼운 외출조차 함께 나갈 수 없는 남편은 외출 문제를 언급하며 불만을 내비쳤다. 10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아내는 우울증에서 비롯된 불안증, 수면장애, 대인기피증 증세까지 있었고, 1년 전에는 갑상샘암 수술까지 받으면서 더욱 무기력해졌다고.

아내는 "병 뒤에 숨지 말라"는 남편의 말에 "몸이 아픈 건 견딜만하다. 가슴이 더 아프다. 마음의 상처는 약이 없다"고 토로했다. 알고 보니 아내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상처가 있었던 것.

아내는 "2012년 여름 8세였던 아들이 과자 사 먹으러 혼자 나갔다가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택배 차량에 부딪혀 하늘나라로 갔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 사고를 믿을 수 없었다는 아내는 "내 눈으로 봐야겠더라. 안 믿겼다. 안치소에서 꺼내서 보여달라고 했는데 애가 한쪽 눈을 뜨고 있었다. 엄마 보고 눈 감으려고 그랬는지 눈을 안 감았다"며 "'엄마 봤으니까 가'라고 했는데도 한쪽 눈을 계속 안 감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감았다"며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아이는 내가 태어나서 유일하게 잘한 일이었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내 심장이다"라며 오열했다.

심장 같았던 아이를 잃고 방황하던 중 남편과 시어머니를 만난 아내. 특히 시어머니는 남편과의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될 정도로 애틋한 사이였다고. 아내는 "솔직히 어머님 때문에 결혼한 거다. 인연이었는지 시어머니를 보자마자 좋았다. 난 재혼이고 아들은 장가도 안 갔으니 반대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으시고 날 딸처럼 여겨주셨다"며 "완벽한 엄마였다. 천사 엄마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는 버팀목이었던 시어머니마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또다시 큰 상실을 겪었다.

오은영은 먼저 아이를 떠나보냈을 당시 아내의 심정을 헤아렸다. 아내는 "내가 이혼 안 하고 키웠으면, 내가 데리고 있었으면 안 죽었을 텐데 내 잘못 같아서 더 말을 못 꺼냈다. 내가 못 지켜줬으니까"라며 아이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했다. 이에 오은영은 "너무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순간순간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 이런 경우에는 순간순간에 대한 죄책감이 남는다. 내 탓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며 "근데 너무 불행하고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나친 죄책감과 자책은 하늘에 있는 아이가 엄마가 그러지 않길 바랄 거다"라며 아내의 마음을 보듬었다.

또 시어머니의 존재에 대해서는 "다시금 세상과의 연결 고리를 갖게 하고 추스르게 한 가장 큰 이유다. 시어머니는 아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주신 분이다. (아내는) 다시금 살아갈 끈을 잡은 마음이었을 거다. 근데 세상 살아갈 마음의 힘을 얻게 하는 귀하고 소중한 존재가 갑자기 없어지게 된 거다. 아내는 아직 다시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못 찾고 있는 거 같다"며 아내의 공허한 마음을 헤아렸다. 이어 "분명히 남편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남편은 아직은 아내에게는 단단한 존재가 못 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supremez@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