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 내놔, ‘악마들’[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끔찍하게 황당하네.
내 시간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모두가 그렇다. 그 두 시간을 끔찍한 장면들과 황당한 전개에 빼앗겨버렸다. 내 시간 내놔라, 영화 ‘악마들’(감독 김재훈)이다.
‘악마들’은 스너프 필름 제작에 혈안이 된 연쇄살인마 ‘진혁’(장동윤)과 그를 추격하던 끝에 함께 사고를 당한 ‘재환’(오대환)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몸이 바뀐 채 목숨 건 대결을 벌이는 청불 범죄물이다.
굉장히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다. 제작진이 극 중 ‘스너프 필름’(실제 범죄 상황을 찍은 영상물)이란 소재를 선택한 만큼 ‘진혁’ 패거리의 범죄는 수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표현된다. ‘19금’ 등급이 무색할 정도로 성인들도 두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때론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고, 큰 스크린 탓에 그 거북함이 배가 될 수도 있다.
범죄 장면은 고수위인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일차원적이다. ‘재환’과 ‘진혁’이 몸이 바뀌었다는 걸 정보성 대사로만 쏟아내는 등 ‘살인마와 형사의 보디 체인지물’이란 매력적인 설정을 세련되지 못하게 얼기설기 펼쳐낸다. 특히 두 주인공을 둘러싼 반전의 비밀이 공개될 땐 등장인물들의 궤변에 헛웃음이 터진다. ‘차라리 외계인이 내려와 마술을 부렸다고 하지’라고 느낄 정도로 무리수다. 미장센도 특별하지 않다.
배우들 연기의 앙상블도 좋지 못하다. 그나마 오대환과 장동윤은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무리수 설정에 캐릭터가 파묻힐 뿐 스크린 밖으로 나오질 못한다. 그 외 조연을 맡은 배우들도 ‘원래 저렇게 연기를 못했었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게 대사를 소화한다. 과도한 연기톤과 허무한 이야기, 폭력적 장면들이 뒤섞이니 러닝타임 106분은 그야말로 관객들의 ‘분투’다. 다음 달 5일 개봉.
■고구마지수 : 3.5개
■수면제지수 : 2.2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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