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3’ 김민재 “‘김사부’이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많은 것들, 그것이 ‘낭만’이죠”[스경X인터뷰]
2014년 단역으로 데뷔한 배우 김민재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작품이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이었다. 그런 그는 ‘최고의 한방’ ‘위대한 유혹자’를 통해 주연급으로 올라섰고 2020년 ‘낭만닥터 김사부’ 두 번째 시즌을 찍었다.
성장세는 가팔랐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달리와 감자탕’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리즈를 통해 대체할 수 없는 배우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2023년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에 합류했다.
그의 역할은 극 중 돌담배경의 전문간호사 박은탁. 처음이야 당연히 신예였으니 조연의 위치였다. 하지만 김민재의 입지는 커졌고, 주연으로 봐도 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 세 번째 시리즈에도 그는 조용히 그리고 굳건히 극을 지켰다. 이는 만개하는 젊은 배우에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래도 ‘낭만닥터 김사부’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환경이 많이 달라지고 제게는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면, 어떤 걸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죠. 그렇게 ‘낭만닥터 김사부 3’에 나오게 됐습니다. 그게 낭만이 아닐까요? 제 선택에 대해 후회도 없고 영광스러운 순간이 다시 와서 만족했어요.”
그는 주연배우가 됐지만,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기꺼이 자처했다. 조금은 난처한 순간이 또 있었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지난 4월이었다. 김사부 역 한석규가 행사장에서 갑자기 김민재의 7월 입대 이야기를 꺼냈고, 좌중은 초토화됐다. 김민재는 “아직 정해진 게 없고, 정해지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지만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자신의 근황에 대한 선배의 폭로(?)에 적잖이 당황해야 했다.
“모든 분이 다 놀라셨고, 제가 제일 놀랐지만 저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사실 군 문제를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유쾌한 상황이 됐죠. 한석규 선배님이 끝나고 나서 ‘민재야, 미안해’하시는데 저는 너무 좋았어요. 오히려 잘 된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지금도 결정된 것은 없는데, 군악대로 입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결정되면 꼭 말씀드릴게요.”
김민재가 연기한 박은탁은 첫 시즌 좌충우돌하고, 때로는 욱하는 성질을 죽이지 못하는 열혈 간호사였지만 두 번째 시즌에 운명의 상대 윤아름 선생님(소주연)을 만나고 사랑과 책임을 느낀다. 완연히 연인이 된 두 사람은 더욱 깊고 단단한 신뢰를 보이며 극의 마지막에는 결혼을 암시하는 듯한 대사도 나온다.
“주연 누나와는 따로 로맨틱 코미디를 찍으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너무 호흡이 좋았어요. 유머 코드가 비슷한 멋진 파트너였죠. 시즌 3에서 드디어 키스장면이 나왔는데, 서로 ‘32부작 만에 하니 너무 이상하고 재밌다’고 말하곤 했죠.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어요.”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영원한 멘토로 자리매김한 한석규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지만, 김민재는 우러러보던 선배 한석규와 이 정도의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된 자신의 입지에 매번 놀라고 있다. 고민이 있을 때 붙잡아주고, 등대 역할을 해준 것도 한석규였다.
“첫 시즌부터 지금까지, 늘 멋있는 선배시고 어른이신 것 같아요. 선배님과 한 모든 순간이 영광이에요. 세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엄청난 자부심과 영광을 줍니다. 시즌 2 종방연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심장을 긁으면서 많은 것들을 표현하는데, 감당할 정도만 되면 좋겠다’고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처음 신예로 얼떨떨하게 합류했을 때도, 입대를 앞두고 배우생활의 1막을 정리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도 언제나 김민재의 곁에는 ‘낭만닥터 김사부’가 있었다. 시즌 3는 극 중 박은탁과 윤아름의 결혼이 암시되면서 시즌 4로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는 “꼭 전역 이후에 기획이 됐으면 좋겠다”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제 20대는 일을 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 시간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저 감각에 의해서만 연기를 접했다면 지금은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단계가 됐어요. 저는 군에 다녀온, 30대에 변한 제 모습이 궁금해 30대에 빨리 들어서고 싶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 이야기의 줄거리뿐 아니라 여러 배우들의 모습에서도 ‘낭만’을 실제화했다. 한 배우가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애정을 보이고, 첫 시즌의 배우들이 사라지지 않고 시즌 3에도 나와 세계관을 유지한다. 그에게 ‘낭만닥터 김사부’ 그리고 그와 함께 한 20대는 ‘낭만’ 그 자체다.
“제가 생각하는 낭만은 ‘용기’라고 생각해요. 세상의 잘못된 것들과 타협하지 않고 옳은 소신으로 굴복하지 않은 모습이 낭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의 작품을 하면서 늘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늘 저를 다시 점검하게 되는 작품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낭만닥터 김사부’를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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