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2분기 실적 예상보다 개선될 듯… “터널 끝, 내년 D램 부족 전망”

최지희 기자 2023. 6.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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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반도체 적자 규모 삼성은 3조원대, SK하이닉스는 2조원대 전망
“6월 들어 메모리 가수요 늘어”
업황 반등 조짐… “흑자 전환 시점 빨라질 것”
그래픽=정서희

15년 만에 적자설이 불거졌던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인공지능(AI) 연산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상회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빅3(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감산 효과에 더해 AI용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 반도체 업황이 1분기에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 삼성 반도체, D램 출하량 예상 상회해 적자 폭 축소 전망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지난주 1777억원에서 2015억원으로 약 13% 올랐다. KB증권은 지난 23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컨센서스의 4배가 넘는 9012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앞서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으나, 반도체(DS) 부문의 적자 폭이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망치는 시간이 갈수록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IT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메모리 가격이 바닥까지 내려왔다고 판단한 고객들이 반도체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의 2분기 D램 출하량이 예상보다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올 2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재고도 현재 감소세를 보이면서 원가 구조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DS 부문의 영업손실 규모는 1분기 4조5800억원에서 2분기 3조원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D램 출하량이 지난 분기보다 20% 증가하면서 재고 감소에 따른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은 지난 1분기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재고 하락 가속화로 실적 개선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재고가 빠른 속도로 줄면서 시장은 내년 삼성 메모리의 턴어라운드(반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 AI용 반도체 선두주자 SK하이닉스, 예상 적자 규모 줄어

전례 없는 업황 악화에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전망치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까지는 올 2분기 영업손실 4조원대, 연간 적자 10조원대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 1주일 사이 제시된 전망치는 적자 3조원대 이하, 연간 적자 9조원대 이하에 수렴하고 있다. 대신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지난 26일과 21일 보고서를 내고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적자 규모가 2조원대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자 전망 규모가 줄어든 것은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출하량과 평균 판매가격(ASP)이 모두 예상보다 호조를 보여서다. 올 1~4월까지만 해도 고객사들이 쌓인 재고를 소진하는 데 집중하면서 메모리 거래량이 적었고,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제품을 팔기 위해 가격을 더 깎아야 했다. 하지만 2분기 말부터는 가수요가 발생해 메모리 출하량이 늘어난 데다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AI 연산용 DDR5 D램,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프리미엄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중화권 모바일 및 PC 고객들의 메모리 구매가 더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며 “개별 메모리 제품 가격은 여전히 하락 중이지만, HBM의 기가바이트(GB)당 가격은 일반 DDR 제품의 5~6배 수준으로, 출하가 조금만 확대되더라도 평균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쳐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서버용 128GB DDR5를 양산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10%에 그쳤던 SK하이닉스의 서버 D램 내 DDR5 비중이 2분기 3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D램 부문 수익성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팹(공장) 내부. /삼성전자 제공

◇ “HBM·DDR5 수요 증가에 내년 하반기 D램 공급 부족 예상”

반도체 업황 반등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해 온 두 대표 기업의 흑자 전환 시점도 빨라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KIET)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조사(PSI)’에 따르면 6월 반도체 업황 지수는 105로 전월(70)보다 35포인트 오르면서 전체 업종 중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근접할수록 직전 달보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가는 이르면 올 4분기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원 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HBM3 공급을 시작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삼성전자 전체 D램 매출에서 HBM3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올해 6%에서 내년 18%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 SK하이닉스는 내년 2분기부터 흑자를 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HBM3를 엔비디아 H100에 단독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매출은 올해 45%, 내년 40%가량 성장할 전망”이라며 “내년까지 DDR5 시장 1위 자리도 무리 없이 유지할 것으로 보여 업황 반등 구간에서 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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