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인터뷰]김은중 감독①"유럽에 좋은 기회 있다면 무조건 나가야…다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임창만 영상 기자] "MZ 세대가 뭐냐고 선수들에게 물어봤더니 본인들도 모르겠다더라고요."
1990년대를 휩쓴 X-세대 출신 지도자 김은중(44)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태어난 제자들은 제어하기 어려운 존재들로 인식됐다. 축구라는 단체 종목에서 개인주의가 강한 MZ 세대를 묶어내느냐는 큰 고민이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김 감독은 제자들의 단결과 단합력을 확인했다. 즐길 때는 즐기고 할 때는 하는 MZ 세대 제자들의 힘을 앞세워 2019년 준우승 이후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사제 지간 아닌 '축구 선배'로 다가가 거리 좁혀…신뢰 굳어 만든 4강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김 감독은 "훈련에 있어서 강압적인 것보다는 선수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어요. 어떤 훈련에서도 왜 이 훈련을 우리가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줬어요. 훈련하다 보니까 선수들의 이해도 빠르고 또 팀에 있어서 좀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라며 목적과 목표에 대한 설명이 선수들에게 좋은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감독과 선수 간의 관계는 은근히 어렵다. 그래서 김 감독도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왔던 시절을 떠올리며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함께 공감하는 모습에서 4강 진출이라는 성과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선수들에게 때로는 선생님과 제자가 아닌 축구 선배로서 많이 다가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훈련을 가르치는 순간에도 코칭스태프가 진심으로 좀 대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이 더 믿고 더 잘 따라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번 대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 대회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종교적인 이유로 이스라엘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FIFA가 개최권을 박탈했고 아르헨티나가 받았다.
무더운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인 남미로 바뀐 것은 그야말로 대회 준비를 다시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현지답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브라질 사전 캠프에서 1차 준비만 하고 아르헨티나 현지로 들어갔다. 물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 올림픽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대처법은 키웠다. 그래도 변수였고 김 감독에게는 또 배우는 계기가 됐다.
"갑자기 개최지가 바뀌면서 저도 남미를 처음 가보는 입장이라 전혀 뭐 판단이 서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준비할 수밖에 없었죠.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시차 적응을 어떻게 하면 빨리 해서 우리 선수들이 100% 컨디션을 가지고 대회에 참가하는 게 목적이었어요.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모든 것을 잘 준비하고 컨디션을 맞췄기에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나 생각해요."
37시간이 걸린, 한국과 일본이 이동 거리가 가장 길었던 팀이라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의미가 있다. 또, 조별리그에서 프랑스를 2-1로 이기는 등 상대 이름값에 전혀 눌리지 않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성공했다. 김 감독은 199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를 넘지 못했다. 자신감 넘치는 후배들이 대견스러운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예전보다는 많이 바뀐 건 사실이죠. 다만, 프랑스전에서도 경기 초반에 선수들이 좀 긴장을 많이 하더라고요. 하지만, 의외로 우리가 준비한 대로 경기를 잘 풀어갔죠. 또, 선제골을 넣다 보니 선수들의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우리 패턴을 앞세워 준비한 것을 더 잘하지 않았나 싶어요" 마지막까지 잘 버텨내면서 이겼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대회 끝날 때까지 쭉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운도 따랐다. 감비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일본이 사실상 탈락하면서 16강 조기 진출이 확정됐다. 선수단 이원화로 16강 이상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이득을 본 팀은 다른 팀이지, 한국은 아니라고 정리했다.
"슬로바키아나 우즈베키스탄 등이 (16강 진출) 혜택을 받았죠. 우리는 우리 계획대로 (조별리그 최종전을) 준비했어요. 다른 팀의 결과를 보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황금 세대' 아니지만 앞으로 하기 나름
김 감독은 대회 시작 전 기자에게 "우리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이름을 제대로 알릴 것이다. 꼭 지켜 보시라"라며 세간의 외면을 통쾌하며 부숴버릴 것이라 강조했다. 선수들이 바람을 타면 무섭게 올라갈 것이라는 뜻이다. 김 감독 말대로 이영준(김천 상무), 이승원(강원FC) 등이 펄펄 날았고 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는 이탈리아 팀들이 주목하는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김지수는 대회 종료 후 브렌트포드와 정식 계약을 맺으러 잉글랜드 향했다.
골짜기 세대라 불렸던 이들은 스스로 황금 세대로 만들었다. 큰 대회 높은 무대 경험은 엄청난 자산이 된다. 이름값에 흔들리지 않고 전략대로 움직여 우리의 약점을 최소화, 강점으로 만드는 것은 분명 큰 능력이다.
"골짜기 세대라 불린 것에 선수들이 많이 속상했겠죠. 물론 그런 것조차 우리를 또 강하게 만들었죠. 개인적으로 황금세대는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우리 선수들이 잠재력이 많았고 이것이 올라오지 않았나 싶어요. 선수들에게도 얘기했던 부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거든요. 지금부터 경쟁에서 이겨 많은 경기에 나서느냐에 따라 황금 세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세대는 미래 10년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이어갈 자원들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슈퍼스타가 나올 수도 있고 조용히 평범하게 경력을 끝낼 수도 있다. 개인 경쟁력을 팀에서 얼마나 녹여 내느냐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기술 등은 세계 선수들과 경쟁해도 많이 올라온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 조건 같아요. 피지컬적으로 90분 이상의 경기를 뛸 수 있는 부분, 체력적인 부분이 필요해요. 이번 대회 나서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경기 체력과 감각이었어요.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못 뛰다 보니 걱정이 컸죠. 경기 체력과 경기 감각은 훈련으로 만들기 어렵거든요. 앞으로 팀에서 선수들이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경쟁을 해낸다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결국은 축구 선진국인 유럽 진출로 귀결된다. 김지수는 1군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준호, 이승원 등 몇몇 자원은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무작정 유럽을 지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역 은퇴 후 튀비즈(벨기에)에서 코치 연수를 했었던 김 감독에게도 유럽은 기회가 열리면 나가야 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유럽에 좋은 기회가 있어서 나가야 한다면 저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세계적인 무대에 나가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혀서 이겨내야지만 성장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다만, 분명한 것은 국내보다 해외 진출을 한 뒤에 더 많이 힘들 것이라는 거죠. 그런 각오가 있지 않은 이상, 나가서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라는 거죠."
나가면 된다는 추상적인 생각만 담지 말고 마음 자체를 제대로 먹고 유럽에 도전하라는 김 감독이다. 그런 점에서 유럽 진출 선배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턴), 김민재(나폴리) 등은 좋은 교보재다. 김 감독과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인연이 있다.
"황희찬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생활을 보여준 적이 있잖아요. 그 부분을 짧게 편집해서 스페인 전지훈련 때 한 번 단체로 보여준 적이 있어요. 선수들이 MZ 세대라 영상 이해가 더 빠르니까요. 프리미어리그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뛰면서도 하루 일과를 보라며, 훈련을 하기 위한 전, 훈련 갔다 와서 음식 먹는 것부터 모든 일과가 훈련에 맞춰져 있지 않냐고 말이죠. 세계적인 선수들도 저렇게 준비하고 과정이 있는데 과연 여러분들은 저기에 얼마나 따라 하냐라는 거죠. 경기 장면보다 생활하는 모습을 더 이해시켰어요."
유럽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나가야 한다
결국 투자하는 시간 대비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김 감독이 지론이다.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등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참고 견뎠을 것이라고 봤다.
"각자 본인의 뚜렷한 목표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런데 목표가 있지만, 과정이 없는 경우가 있어요. 선수들이 목표를 세우면서 성공하고 (유럽) 빅리그를 나가고 싶은 그런 것들이 있지만, 그러려면 과정이 정말 힘들어야 하거든요. 그 과정에 노력하고 도전하고 이런 부분이 더 있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미흡하다는 거죠. 조금 더 본인을 괴롭혀서 도전하고 훈련도 많이 하고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공격수 출신 김 감독은 유독 공격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속해 소집했던 성진영(고려대)이 부상으로 빠진 것이 아쉬웠다. 또. 온두라스와의 2차전에서 골을 넣었지만, 발목 골절로 조기 귀국한 박승호(인천 유나이티드)도 아까웠다. 이영준(김천 상무) 혼자 남아 처절하게 싸웠다.
"팀을 맡으면서 가장 공들였던 포지션이 스트라이커였어요. 하지만, 대회 전에 성진영이 부상으로 빠졌고 이영준이 정통 공격수로 혼자 남았어요. 박승호도 온두라스전 골절로 이영준이 홀로 남았으니,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더라고요. 물론 대회 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발전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계속 더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신체 조건도 그렇고 발기술이 정말 좋아 가능성이 커요.
한국 공격수 계보를 이어도 충분한 자원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선배들의 모습을 더 잘 파고들어야 한다. 손흥민, 황희찬, 오현규(셀틱), 황의조(FC서울) 등의 모습을 더 교과서로 삼아야 한다. 김 감독은 이들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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