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샤베트' 아파트가 눈 앞에…전시로 만나는 그림책 세상
대표작 11점 모형·실감 콘텐츠로
"그림책 사랑해준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
10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동동이는 늘 혼자 놀던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신기한 ‘알사탕’을 발견했다. 입 안으로 알사탕을 넣자 주변 사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실 소파는 “너희 아빠에게 여기 앉아서 방귀 좀 뀌지 마시라고 전해줘.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라고 털어놓았다. 늘 잔소리만 늘어놓던 아빠의 속마음도 궁금했다. 알사탕을 입 안에 넣자, 설거지하던 아빠의 모습 뒤로 “사랑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동동이는 아빠의 뒤로 가서 살포시 아빠를 껴안았다.
그림책 ‘알사탕’ 속에서 보던 동동이의 거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10월 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백희나 그림책展’에서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아동문학작가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LMA)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첫 단독 개인전이다. 백희나 작가는 “그림책을 예술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 형태로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창작을 해야 했기에 정말 힘든 경험이었다”면서도 “그동안 내 책을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 작가는 자신의 그림책 속 장면을 위해 세트와 캐릭터 인형을 손수 제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직접 종이와 섬유, 골판지로 모형을 만들고 촬영한 뒤 책으로 담아낸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구름빵’을 비롯해 ‘달 샤베트’와 ‘장수탕 선녀님’ 등의 작품이 그렇게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알사탕’부터 최근작 ‘연이와 버들 도령’에 이르기까지 총 11개의 그림책을 입체적인 모형과 실감 미디어 콘텐츠, 애니메이션 등으로 보여준다. 어린이를 위해 정성스럽게 그림책을 만들어 온 백 작가답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 가령 그림책 ‘꿈에서 맛본 똥파리’에 등장하는 연못은 전시장 바닥에 설치했다. 백 작가는 “키 작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마음껏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만들면서도 뿌듯했다”며 “어른들도 세련된 연출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목표점이었다”고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달 샤베트’의 아파트 모형이다. 이 작품은 ‘보스턴글로브 혼 북 어워드’에서 명예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무더운 여름날 늑대들이 사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7층 높이의 아파트를 직접 만들었다. 특히 빛의 사용이 중요해서 방마다 조명을 쓰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4층에는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락커로 변신하는 락커가 살고 있다. 3층에는 아이를 데리고 거실에 앉아 일을 하는 엄마의 모습도 보인다. 신혼부부의 집은 포인트 벽지로 신혼의 느낌을 줬다. 백 작가는 “3층 거실에서 일하는 엄마의 모습이 작업을 하던 내 모습과 닮았다”며 “집마다 서로 다른 디테일이 숨어있고 스토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 작가는 이번 전시를 본 아이들이 ‘나도 무언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창작의욕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내가 만드는 책은 한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정말 잘해야 하는 과업”이라며 “이번 전시는 정말 꼼꼼하게 준비했다. 그런 면에서 떳떳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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