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이 홈런 쳤는데, 왜 그날 류현진이 소환됐을까… 이 특별한 기록 때문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하성(28‧샌디에이고)은 26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 경기에 선발 1번 2루수로 출전, 1-8로 뒤진 7회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자신의 시즌 8호 홈런이었다.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내기에는 부족한 홈런이었지만, 그래도 김하성은 최근 4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때리며 왜 샌디에이고가 자신을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시켰는지를 증명했다. 팀은 3-8로 졌지만, 김하성은 시즌 타율을 0.251로,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를 0.739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날 주인공은 역시 패한 팀의 김하성이 아니었다. 워싱턴 선발로 나선 좌완 맥킨지 고어(24)가 친정팀을 상대로 좋은 투구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고어는 이날 5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다소 고전했으나 5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4번째 승리를 거뒀다.
고어는 샌디에이고 팬들과 구단에 한때 특별한 존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의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였다. 아마추어 시절 굵직한 대회를 평정했다. 샌디에이고도 이 유망주를 애지중지 키웠고, 2022년 드디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고어는 지난해 16경기 중 13경기를 선발로 뛰며 구단이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유망주라는 것을 증명했다. 성적은 4승4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루키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고어의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2022년 8월 3일 생겼다. 샌디에이고와 워싱턴의 대형 트레이드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간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 후안 소토(25)에 모든 시선이 꽂혀 있었다. 그들의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소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샌디에이고는 이 트레이드에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결국 소토와 어차피 1년만 쓸 조시 벨을 데려오는 대가로 유망주 패키지를 내줬다. 고어, 유격수 CJ 에이브람스 등 샌디에이고가 자랑하는 유망주만 5명에 1루수 루크 보이트를 끼어줬다. 초대형 블록버스터 트레이드였다.
그런 고어는 올해 워싱턴의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갔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16경기에서 85⅔이닝을 던지며 4승6패 평균자책점 3.89의 괜찮은 성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아직 24세 선수인데다 메이저리그 2년 차, 그리고 풀타임을 처음 경험하는 선수라는 것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대목이 더 많다.
그런 고어와 소토의 맞대결도 화제였다. 결론적으로 고어의 완승이었다. 그것도 세 번 만나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1회에는 바깥쪽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4회에는 바깥쪽 높은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 그리고 5회에도 높은 쪽 패스트볼 정면 승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고어의 이날 마지막 타자였다.
소토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공을 잘 보는 선수 중 하나다. 선구안도 탁월하고, 타석에서의 참을성 또한 매우 좋다. 볼넷 비율은 최근 4년간 모두 20% 이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고,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빠지는 유인구에 대한 참을성은 단연 메이저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소토가 한 경기에 삼진 3개를, 그것도 한 투수에게 당하는 것도 오래간만의 일이다.
류현진(36‧토론토)이 소환된 것도 이 지점이다. 소토의 경력에서 한 경기에 특정 투수에 3삼진을 당한 게 류현진, 맥스 프리드(애틀랜타), 그리고 고어까지 딱 세 명이기 때문이다.
류현진과 소토는 많이 상대해 본 건 아니다. 류현진이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2019년 5월 13일, 그리고 7월 27일 두 번 상대했다. 당시 소토는 떠오르던 샛별이었고, 류현진은 사이영상을 향해 달려가는 절정의 페이스였다.
역사적인 소토의 개인 첫 ‘한 경기, 특정 투수, 3삼진’은 2019년 5월 13일 나왔다. 당시 소토는 1회, 4회, 7회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류현진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공을 많이 보는 유형의 선수인데 류현진이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며 모두 5구 안에 삼진을 잡아냈다. 1회와 7회는 3구 삼진이었다. 전성기 류현진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추억의 소환이다.
대신 소토는 7월 27일 리턴매치에서 볼넷 하나와 중전 안타 하나를 뽑아내며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나름의 설욕을 했다. 그리고 그해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나 3차전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1회 투런포를 때린 경험이 있다. 류현진은 당일 경기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는데 2실점이 소토에게 맞은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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