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고르비처럼 실각할 수 있다"…반란이 남긴 메시지 '셋'

김희정 기자 2023. 6. 27.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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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러 내부 리더십 균열…내년 대선 이변 생기나
②우크라 지원은 남는 장사…美공화당의 '각성'
③대만에 군사행동 시 中도 리스크…'타산지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끝났지만 러시아 최고 수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일은 러시아 밖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푸틴이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 실존적 위기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반란이 푸틴에게 실존적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킬 게 많은 엘리트층이 안보가 흔들린 최악의 주말을 경험하면서 2036년까지 사실상 종신집권이 당연시 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됐다.

푸틴은 지난 23년 동안 러시아의 '비타협적 보호자'임을 자처해왔고 사회 안정을 그 어떤 가치보다 중시해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요 동기로 그가 일관되게 설명해온 것도 러시아의 국가 안보다. 모스크바신문 편집자 콘스탄틴 렘추코프는 "푸틴과 가까운 사람들이 내년 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게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쿠데타를 진압한 뒤 실각한 미하일 고르바초프(애칭 '고르비'로도 불림) 전 소련 서기장과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는다.

(로스포트나도누 AFP=뉴스1) 이유진 기자 = 무장 반란에 나섰다가 하루 만에 남부군 사령부가 있는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에 나선 바그너그룹 병사들을 향해 24일(현지시간) 현지 주민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동맹국 벨라루스의 중재로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철수를 결정했고 러시아 역시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바그너를 처벌 않겠다고 극적으로 타협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리고진과 그의 군대가 처벌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충을 용납지 않는 지도자로서 푸틴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5일(이하 현지시간) CBS 뉴스에 출연해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라고 말했다.

반란을 막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러시아가 국방부와 프리고진 사이 갈등을 수개월째 해결하지 못한 것은 의문이다. 익명의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이번 위기를 무질서한 통치 시스템의 산물로 묘사했다. 정치분석가이자 전 크렘린 고문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푸틴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러시아의 견고함과 정치적 안정"이라며 "그것이 그를 사랑한 이유인데 그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바그너그룹 해체하면 우크라에 선물"
러시아가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을 당장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러시아 내부의 안정은 물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때문이다. 러시아 여당 소속으로 하원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는 베도모스티와 인터뷰에서 용병기업 자체를 해산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책임은 바그너 지도자(프리고진)에게 있다. 바그너그룹은 전투력이 강한 부대며, 이는 러시아군 인사들을 포함해 모두가 인정하는 바"라면서 "그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해산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에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목격된 미사일 폭발. 이날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키이우 곳곳이 파괴되고 화재가 발생했다. 2023.06.24 /로이터=뉴스1
이번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미칠 영향은 섣불리 추측하기 어렵다. 러시아 내부의 결속력 약화는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높이는 데 분명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지난 5월 바그너 군이 수개월간의 전투 끝에 점령한 바흐무트 인근에서 전날 대비 600m를 진격해 1000m까지 진격했다고 25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에서 "어제 사건은 푸틴 정권의 약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공화당도 "우크라이나 지원은 남는 장사"
우크라이나를 돕는 동맹들의 결집엔 보다 힘이 실린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남는 장사'라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돈 베이컨 의원(네바다주)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국방부 예산의 5%를 지출함으로써 러시아 군대를 50% 감소시켰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는 가치있는 투자"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말에 우리가 본 것은 푸틴의 리더십이 현재 얼마나 취약한지, 러시아 군대가 얼마나 취약한지다"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의 연방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며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고 있다. 2023.6.16 /AFPBBNews=뉴스1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내 반란 종료 직후 미국, 캐나다, 폴란드 등 동맹국 정상들과 통화하며 결속을 다졌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 후 "적대행위의 과정과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정에 대해 논의했다"며 "국제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세계는 러시아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이와 별도로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이번 주 초 러시아가 원전에서 방사능 방출과 관련된 '테러' 행위를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반란 가능성을 알고있던 미국은 실제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푸틴이 핵무기 통제력을 잃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의 굴욕, 시진핑 보고 있나… "반란은 내정" 선 그어
러시아의 반란 사태에 중국은 "내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우호적 이웃나라이자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러시아가 국가안정을 수호하고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현지시간)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회담을 갖고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6.20 /AFPBBNews=뉴스1

이날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외교차관은 베이징에서 만나기도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중국 측은 6월 24일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연방 지도부의 상황 안정화 노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신문 글로벌타임스는 24일 프리고진의 '반란'이 서방언론에 의해 과장됐으며 이는 러시아의 사회 통합을 약화시키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지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국은 줄곧 밀월관계를 다져왔다.

그러나 미 하원 위교위원장인 마이클 맥컬 의원(텍사스주)은 러시아의 쿠데타가 단명하긴 했어도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 행동을 주춤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시 주석은 아마도 푸틴과 맺은 동맹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푸틴에 대해서는 "자신의 군대와 국민을 통제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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