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아직도 면접에서 “아버지 뭐 하시노” 묻는 기업들
최근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 채용 시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 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올 3월까지 구직자의 키·몸무게·종교·출신 지역·결혼 여부 등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게 총 141건으로 나타났다.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구직자의 신체 조건이나 출신, 결혼, 재산, 가족 직업 등을 구직 관련 서류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면접관의 질의에는 채용절차법이 적용되지 않아 “아버지는 뭐 하시느냐” “남편 직장과 연봉은 어떻게 되느냐” 등 구직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개인 정보를 수집해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필자가 중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서를 작성하라고 했었다. 부모 재산과 직업, 학력, 자가(自家) 여부를 적도록 되어 있었다. 필자 부모는 학교를 다니신 적이 없다. 어떻게 적어야 할까 망설였다. 두메산골에서 자식을 도시 중학교에 진학시킨 자랑스러운 아버지, 외딴 밤길 무서워하는 아들을 등 하나 들고 마중하신 자애로운 어머니를 드러내기 싫게 만든 조사서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위를 판단할 때 행위 자체보다 그 사람의 출신과 가정 환경을 문제 삼고 낙인찍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잘못 낙인찍힌 당사자는 행동이 위축돼 자신의 능력마저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기업 채용 절차는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부모의 직업과 재산, 출신 지역 등 정보는 업무 능력과 상관없을 뿐 아니라 지원자의 업무 능력을 편견을 가지고 판단하게 할 수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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