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57] “힐링하란 말이 일하란 말로 들려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3. 6.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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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한 CEO가 리더 회의에서 ‘앞으로 저녁 8시 넘어서까지 직장에 절대 남아있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발언 후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리더 대부분이 퇴근 시 저녁 8시경 주차장에서 서로 만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고 한다. CEO의 이야기가 ‘이중 구속(double bind)’의 소통이 된 셈이다.

소통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진심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표면적인 소통의 메시지와 ‘메타 소통(meta communication)’이 주는 메시지가 다를 때이다. 뉘앙스나 표정 등이 메타 소통의 예이다. 이중 구속은 상반된 이중 메시지가 전달돼 혼란을 주는 경우라 할 수 있다. CEO의 이야기가 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라는 메시지 같지만 동시에 8시 전에 퇴근하지 말란 메시지로도 들리는 상황인 것이다. CEO의 진심이 앞의 메시지였다면 잘못된 메타 소통으로 모두가 황당해진 상황이다.

힐링이란 단어가 유행한 지가 꽤 되었다. 그만큼 삶이 고되다는 이야기다. 힐링이란 단어가 조금은 그런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었기에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힐링이란 단어의 인기가 옛날 같지 않음을 느낀다. 한 직장인은 “휴식이란 단어가 좋지 힐링은 싫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힐링이란 말이 일하라는 말로 들린다는 것이다.

근무시간 중 갖는 ‘미니 브레이크’가 마음 관리 영역에서 관심이다. 두세 시간에 10분 정도의 미니 브레이크가 힐링에 도움이 된다. 업무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작은 쉼을 갖는 것을 이야기한다. 커피 한잔, 동료와의 담소, 또는 음악 한 곡 듣기 등 나름의 멘털 브레이크 스위치를 개발하면 좋다. 한 글로벌 기업 연구소에서 시행한 미니 브레이크 관련 연구를 보니 미니 브레이크를 가진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뇌 피로’와 연관된 뇌파 변화가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리더들에게 적극적으로 미니 브레이크를 코칭하라고 조언하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주의 사항이다. 쉬는 시간 알리는 종 울리듯이 숙제처럼 미니 브레이크를 갖게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힐링에 있어 순서가 중요하다. 잘 힐링하면 삶의 만족도도, 일의 성과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그런데 미니 브레이크 같은 힐링 활동을 더 행복하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하면 마음이 숙제로 느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마음이 더 행복해지건 말건 업무 능력이 더 향상되건 말건, 친구가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나만의 브레이크를 가질 때 뜻하지 않게 부수입으로 행복도 성과도 증가하는 흐름이 자연스러운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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