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는 일본이 하는데… 왜 ‘단식 좌판’은 국회 앞에 깔았을까
야당 인사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속속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윤재갑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6일에는 같은 당 4선 우원식 의원도 단식에 동참했다. 이와 별개로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날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단식은 우리 정치권에서 상징성 있는 행위다.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과거 단식은 정부의 행동을 바꾸고, 민주화로 가는 길을 닦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3년 5월 당시 전두환 정권에 항의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23일간 단식에 나서 세력을 결집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야당 의원들의 단식은 여러모로 이상하다. 단식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단식에 돌입한 이들은 ‘일본 정부의 방류 철회’와 ‘우리 정부의 반대 입장 발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자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야당 의원들이 우리 국회에서 단식한다고 일본 정부가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오염수 방류를 멈출 가능성은 없다. 꼭 단식을 해야 한다면 일본으로 건너가 차라리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단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후자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오염수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안전성이 검증되고, 국제법과 국제 기준에 맞게 처리돼야 한다”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 정부의 입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 때의 입장과도 차이가 없다. 여기에 더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수입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수차례 밝혔다.
이 때문에 야권의 단식이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벌어지는 선명성 경쟁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단식을 통해 실질적 효과를 얻기보다는, 당 지도부에 보여주고 지지층을 결집해 정치적 이익을 노린다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에는 이유가 있다. 이를 대변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정부를 비판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야당의 단식은 문제 해결보다는 자극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여론에 호소할지 궁리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야당에 필요한 건 단식이 아니라 선동과의 결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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