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강속구 앞세워 프로무대 정복 꿈꾼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가장 화제가 된 선수는 마산용마고(옛 마산상고) 3학년 투수 장현석(19)이었다. 이번 대표팀 유일한 아마추어이면서 프로 선수 참가를 허용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회 이후 대표로 뽑힌 첫 고교생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고 시속 157㎞짜리 강속구로 고교 야구 무대를 평정하고 있다. 고교 통산 성적이 17경기 6승 3패, 평균 자책점 1.89, 탈삼진 79개. 그 자체로도 압도적이지만 올해는 5경기 3승 무패 0.53. ‘괴물’로 거듭나고 있다. 내년도 국내 프로야구 신인 선발에서 전체 1순위가 유력하고 그보다 더 큰 무대(메이저리그) 도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최근 경남 창원 마산용마고 운동장에서 만난 장현석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힐 거라고 기대도 안 했는데 소식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그동안 열심히 운동한 게 결과로 나타나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 있게 던지고 싶다. 상대에게 겁먹고 도망가지 않는 피칭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장현석은 선발로도 쓸 수 있고, 선발투수가 흔들렸을 때 올라와서 긴 이닝을 소화해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장현석은 야구를 좋아하긴 했지만 시작한 계기는 ‘야구 선수와 교통사고’였다. 초등학생이었던 2014년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마산야구장에 갔다가 당시 NC 선수였던 이호준 현 LG 코치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발을 밟히는 사고를 당했다. 야구공에 사인을 받기 위해 다가갔는데 이호준이 이를 보지 못하고 후진하다가 사고가 난 것. 놀란 이 코치가 급히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장현석은 아픈 기색 하나 없이 울지도 않고 진료를 받더니 ‘다행히 별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자 다시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고 한다. 지켜보던 이 코치가 “씩씩하고 체격도 좋아서 야구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권해서 리틀야구단에 들어갔다. 장현석은 “그땐 빨리 경기 보러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며 웃었다.
장현석은 키 190㎝에 몸무게 90㎏로 강속구를 담기에 적합한 체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 매일 저녁 부산까지 1시간 30분 버스를 타고 가 전 프로야구 선수 출신 코치에게 따로 교습을 받는다. 다시 귀가하면 새벽 1~2시쯤. ‘특별 과외’ 외에도 체력을 기르기 위해 주 3회 ‘고중량 저반복’ 웨이트트레이닝을 빠짐없이 한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인 제이컵 디그롬이나 다르빗슈 유 투구법을 유심히 분석, 소화하기 위해 연구도 한다. 그는 “투구 폼이 간결한데도 강한 힘을 내는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냐 해외냐’ 야구팬들이 장현석 진로에 대해 관심이 높지만 그는 “당장 눈앞에 있는 목표를 우선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8일 개막하는 조선일보 주최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다. 최근 이두근 부상을 입고 현재 회복 훈련 중이지만 “몸 상태는 좋다. 청룡기 때는 100% 컨디션으로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청룡기 때 최고 구속(시속 156㎞)을 던진 좋은 기억이 있다. 이번 청룡기에서 꼭 우승해 학교에 첫 전국대회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창원=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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