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한우진, ‘포스트 신진서’ 주인공 발돋움
2005년생 한우진이 바둑계의 큰 관심사 중 하나인 ‘포스트 신진서’ 주역으로 자리 잡아 가는 분위기다. 최근 18번째 생일을 보낸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단위(段位). 지난주 백암배 준우승 전리품으로 최고단인 9단에 올랐다. 17세 11개월에 9단이 된 박정환(30)보다 한 달 남짓 늦은 최연소 입신 역대 2위다. 2위이던 신진서(23)는 13일 차이로 3위로 밀려났다.
입단에서 9단까지 걸린 시간은 더 놀랍다. 프로 데뷔 4년 5개월 18일 만으로, 박영훈(4년 7개월 1일)의 국내 최단 기록을 9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 부문 3~5위 기록 보유자는 박정환 신진서 신민준이다.
더 놀라운 건 이것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최단 기록에도 해당한다는 점. 중국 판팅위보다 2개월 가까이 빠르다. 커제, 천야오예, 양딩신, 구리 등은 7~11년 걸렸다. 이야마 유타가 보유 중인 일본 최단 기록은 8년 10개월이다. 물론 승단 규정은 국가별, 시대별로 변동이 많아 단순 비교는 무리다.
아무튼 4단에서 1년 새 다섯 계단을 뛴 것이 그의 성장 속도를 말해준다. 제3회 이붕배(2022년) 우승으로 1단, 밀레니엄 천원전(2023년)서 우승해 2단이 뛰었다. 이어 6월 초 세계 U20 대회인 글로비스배 제패로 8단, 이번 백암배 준우승으로 9단에 올랐다.
둘째는 실적. 이번 백암배 결승서 김명훈에게 패하기 전까지 17연승을 질주했다. 그 과정에서 박건호(란커배 4강), 변상일(한국 3위) 등 최강자들을 연파했다. 올해만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따내는 ‘광폭 행진’이다. 랭킹(37위)도 20위권 돌파가 눈앞에 왔다.
셋째는 자신감과 승부 기질이다. 글로비스배서 첫판을 패하고도 기죽지 않고 중국 기사 3명을 연파, 기어이 우승했다. 특히 준결승 상대 투샤오위(20), 결승서 만난 왕싱하오(19)는 중국이 차세대 주역으로 공언하는 강자들이다. 왕싱하오는 세계 8강(LG배)에도 올라있다.
한우진은 겁이 없다. “올해 들어선 누구와 두어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기풍이 너무 직선적이고 공격 일변도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공격을 즐기는 건 사실이지만 제 나름대로 균형을 추구한다”고 했다.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넷째는 노력이다. “올해부터 취미 생활을 끊고 바둑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반복 질문에 실토한 ‘취미 생활’은 게임이었다. “AI(인공지능)와 직접 대국을 늘린 효과가 컸다. 지하철 안에서도 AI로 공부한다.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 최근 집에 철봉을 설치했다. 틈만 나면 매달린 결과 턱걸이 두 자릿수는 가볍게 해치운다.
이제 종합 기전과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할 때를 맞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최단 기간 9단 훈장은 명예롭지만 그것이 무언가를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세계 제패 꿈을 향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겠다.” 바둑계에서 요즘 가장 ‘핫’한 기사 한우진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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