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도 ‘환경 학습권’ 보장, 하천 복원… 제주 脫플라스틱 주도
환경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해 온 ‘제31회 조선일보 환경대상’ 수상자들을 소개합니다.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을 길러준 대구녹색학습원(원장 유호선), 국내 하천 복원 사업에 이정표를 세운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전문위원, ‘탈(脫) 플라스틱 섬’ 프로젝트에 앞장선 제주관광공사(사장 고은숙)입니다.
◇시상식: 6월 30일 조선일보 편집동 1층 ‘조이’
◇시상: 상패 및 상금 1500만원, 환경부장관 상장
[대구녹색학습원] 코로나 3년간 방문자 오히려 늘어… 온라인 프로그램도 인기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은 풀밭을 밟고 동·식물과 만나보며 길러집니다. 이런 감수성을 지닌 아이들이 자라 ‘기후 위기’ ‘탄소 중립’ 같은 우리 시대의 난제(難題)도 풀어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한 2020년부터 아이들에게 ‘바깥’은 허락되지 않았다. 공교육 현장이 멈추면서 곤충을 만날 기회도, 우거진 수풀 속에서 식물을 살펴볼 기회도 사라졌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연 환경과 단절됐을 때 ‘대구녹색학습원’은 엄격한 방역 지침 안에서 환경과 소통할 방법을 모색하고, 창구도 만들었다. 그 결과 학습원은 코로나 3년간 방문자 수가 오히려 늘었다.
학습원은 2010년 ‘자연관찰학습원’으로 문을 열어, 2012년 현재 위치로 옮겼다. 8000평 규모 생태환경교육장을 비롯해 녹색환경탐구관, 자연관찰학습관, 곤충생태관으로 이뤄진 교육 공간을 갖추고 아이와 어른, 학생과 교사를 아우르는 여러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기후변화 여파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조명받고 있는 ‘환경 학습권’이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기관이기도 하다.
학습원은 나이대별로 체계적인 체험 학습을 실시해 환경 문제 인식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각각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 학습인 ‘초록틔움’ ‘녹색실천’ ‘환경지킴이’ 프로그램을 2011년부터 12년째 운영 중이다. 코로나 때도 2020년 4826명, 2021년 5712명, 2022년 7978명으로 방문자 수가 꾸준히 늘었다. 올해에는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 3만3120명의 아이가 학습원을 찾을 예정이다.
코로나 기간엔 온라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4만7650명의 아이가 이 콘텐츠를 즐겼다. 코로나로 학교 수업이 멈춰 있을 때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한 168건의 환경교육 교재, 118건의 환경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했다. 올해는 대구 지역 전체 초등학교 3학년생 중 80%가량이 이 학습원의 체험학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삼희 건설기술硏 전문위원] 양재천과 안양천 잇달아 살려… 한강 하구 처음 조사하기도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도시 하천은 불모지와 같았다. 거칠고 메마른 땅, 더럽고 정비되지 않은 물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에도 좋은 터전이 되지 못했다. 이삼희(63)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전문위원은 양재천과 안양천을 잇달아 살리며 국내 하천 복원 사업에 이정표를 세웠다. 1988년부터 35년간 하천 수 생태 복원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도시 하천을 냄새나고 꺼리던 공간에서 시민이 여가와 휴식을 보내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우리나라 도시 하천의 첫 복원 사례인 양재천 사업은 그의 손에서 출발했다. 1993년 양재천 복원이 시작되기 전까지 도시 하천은 심한 악취와 오염 때문에 콘크리트로 덮어 도로로 쓰거나 주차장 부지로 활용하는 정도였다. 하천이 혐오 시설처럼 취급돼 하천 주변 토지와 아파트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낮았다. 1998년 양재천의 성공적 복원은 이후 정부가 각종 도시 하천에 대한 환경 정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초석이 됐다.
2000년부터 ‘안양천 살리기’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로 참여해 10년에 걸친 복원 사업을 주도했다.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 생태 복원, 치수(治水) 기능 확보 등 4가지를 복원 목표로 잡았다. 자연 하천처럼 하천의 역동성을 허용하는 기법을 최초로 도입했다. 안양천은 자정(自淨) 능력을 갖춘 자연 하천으로 거듭났다. 총 13권에 달하는 프로젝트 보고서는 지금도 각종 하천 복원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홍수가 빈번한 지역이지만 1953년 남북 군사협정에 따라 ‘남북 공동 이용 수역’으로 지정돼 사실상 접근조차 어려웠던 한강 하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도 그였다. 1999년 경기 북부 대홍수 원인을 규명하고자 정부에 한강 하구에 대한 조사를 건의했고, 당시 국방부와 국토부가 지원에 나섰다. 한강 하구의 하천 지형 조사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강 하구의 특이한 토사 분포가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한강 하구와 임진강 홍수에 대한 우리 측 대책이 만들어졌다.
[제주관광공사] 우도서 ‘다회용 컵 보증금제’ 성과… 작년 해양 쓰레기 8.7t 수거
제주관광공사는 제주도의 ‘탈(脫)플라스틱 섬’ 프로젝트에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도의 생활 폐기물 발생량은 2011년 하루 765t에서 2020년 1324t으로 10년 새 1.7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폐기물 발생량 증가분(1.3배)보다 높다. 플라스틱 쓰레기로만 한정하면 2011년 하루 32t에서 2020년 127t으로 늘었다. 제주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쓰레기가 관광객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8월 제주도 동쪽 작은 섬 우도(牛島)를 ‘탈플라스틱 섬’ 성공 모델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 성공하면 제주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우도는 6.1㎢ 면적에 2000여 명이 사는 한적한 섬이지만, 매년 이곳을 찾는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섬 안에 하루 처리 용량이 1t 정도인 소각장이 있지만, 매일 3.2t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 ‘쓰레기 과부하’ 속에서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도는 물론 제주도 해안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와 세종 지역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작되기 4개월 전인 지난해 8월부터 자발적으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우도에 적용하는 실험을 했다. 우도 안에 있는 카페 87곳 중 12곳이 자발적으로 다회용 컵 쓰기에 참여하면서 하루 500개 안팎으로 버려지던 일회용 컵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회용 컵 반납률은 지난 4월 기준 94%에 달한다.
제주도는 해상 쓰레기 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다. 2021년 제주도의 해양 폐기물 수거량은 2만1489t으로, 2019년(1만1760t)의 2배에 육박한다. 재작년 기준 전국 해양 폐기물 수거량(10만6925t)의 20%가 제주도에서 발생했다. 제주관광공사는 해양 쓰레기를 주제로 한 ‘필(必)터’ 전시와 제주해경·제주해녀 등이 참여하는 플로깅 행사를 열면서 작년 한 해에만 총 8.7t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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