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에 제로 직장”... ‘강시’가 된 中 대학 졸업생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중농업대학 학생들은 지난 15일 샤오훙수(중국판 인스타그램)에 ‘사망 졸업 사진[死亡畢業照]’을 올렸다. 졸업 가운과 학사모를 걸치고 캠퍼스 곳곳에서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는 장면을 찍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사진은 ‘2023년′ 모양의 조형물 위에 두 여학생이 빨랫감처럼 ‘널린’ 모습을 연출한 사진이다. 충칭대·산둥사범대·후난대 등 유명 대학들도 졸업생들이 ‘사망 졸업 사진’ 인증 행렬에 동참했다. 샤오훙수에서는 “‘죽는 시늉’을 한 졸업생들은 재학 내내 ‘제로 코로나’에 시달리다 ‘제로 직장’의 현실을 마주한 이들”이라고 했다.
올해 6월 졸업하는 중국 대학생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맞닥뜨려 있다. 중국 전역에는 올해 사상 최대인 1158만명의 대졸자와 100만명의 하이구이(海歸·유학 후 귀국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2020년 초 코로나 확산 이후 중국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그동안 쌓인 취업 재수·삼수생까지 올해 함께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 해제 이후 중국의 소비·생산·투자 회복이 더디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는 등 경제 사정이 나빠 일자리는 적다. 지난달 중국 청년(16~24세) 실업률은 20.8%로 사상 최고치다.
대도시에서 장기 구직 활동에 나선 대졸자들이 늘자 이들을 위한 ‘잔반 랜덤박스[剩菜盲盒]’도 등장했다. 유통 기한이 임박한 음식을 도시락 형태로 포장해 파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10~20위안(약 1800~3600원)에 2인분을 살 수 있다. 일반 식당 음식의 4분의 1 가격이다. 잔반 랜덤박스를 전문 판매하는 ‘시스모파다이’란 앱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에서 주로 서비스를 운영한다. 셴위(중국판 당근마켓)에선 감자·양파·호박·바나나 등을 섞은 4㎏ 식자재 세트를 ‘랜덤 식자재 박스’란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다. 베이징 왕징의 카이더몰 지하 1층에는 밤 9시가 되면 ‘떨이’ 제품을 사려고 청년들이 몰려온다. 부모와 함께 살며 집안일을 하는 대신 월급을 받는 ‘전업자녀[全職兒女]’도 중국에서 새로운 사회 현상이 됐다.
사정이 악화하며 불만이 커지자 중국 지도부는 청년 구직난 해소에 나섰다. 과거에도 내놓았던 ‘귀촌·입대·노점 살리기’ 3종 세트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민해방군이 신규 대졸자와 고교생의 채용을 예년보다 10%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청년들이 농촌으로 내려갈 것을 독려했는데, 이는 마오쩌둥 시대의 ‘상산하향(上山下鄕·지식 청년을 농촌으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도록 한 정책)’을 연상시킨다. 노점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도 다시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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