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킬러 문항’만 잡아 사교육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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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 배제'를 콕 집어 교육 당국에 주문한 뒤 교육 현장 이 혼란스럽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을 벗어난 킬러 문항(정답을 맞힌 수험생 비율이 매우 낮은 초고난도 문제)을 사교육 광풍의 원인으로 인식한 듯하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윤 대통령 발언에 묻어난 사교육 원인에 대한 인식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계를 골병들게 하는 사교육 열풍은 킬러 문항을 없애는 등 수능 좀 손질한다고 절대 수그러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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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 배제’를 콕 집어 교육 당국에 주문한 뒤 교육 현장 이 혼란스럽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을 벗어난 킬러 문항(정답을 맞힌 수험생 비율이 매우 낮은 초고난도 문제)을 사교육 광풍의 원인으로 인식한 듯하다. 교육·출제 당국과 사교육업체를 ‘이권 카르텔’로 의심할 정도다. 킬러 문항은 최상위권 대학·학과의 당락을 가르는 문제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이른바 ‘강남 8학군’ 등 성적 상위권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학교의 내신 시험에도 킬러 문항이 등장한다. 하지만 학교 공부만으로 풀기 어려워 사교육 도움을 받아야 한다. 비싼 학원으로 달려가든지 고액 과외를 받든지.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학부모와 학생은 한숨만 나온다.
사실 킬러 문항은 그 문제 하나로 입시 당락이 결정되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그런데 현실은 중하위권 할 것 없이 대다수 학생이 사교육에 의존한다. 심지어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중학생 상당수가 국어·영어·수학을 중심으로 사교육 시장에 내몰린다. 수능 킬러 문항이 이리 만든 게 아니다. 그보다는 자녀가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대접받고 살기 어려울 것이란 학부모들의 불안과 공교육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대학 진학 여부와 간판(학벌)이 미래 삶의 질을 좌우하지 않고 본인 의지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기회가 있는 사회라면, 굳이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될 만큼 학생 수준에 맞춰 양질의 학교 교육이 제공되고 입시제도가 신뢰받는 환경이라면 달랐을 것이다. 그 반대이니 꿈도 재능도 다양한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적성에 맞든 안 맞든 입시에 유리한 디딤돌을 먼저 밟으려 경쟁에 치이는 게 다반사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초당적이고 범정부적으로 머리를 맞댄 대책이 필요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비용을 치르는 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역대 정부마다 사교육 경감 대책이라며 입시제도만 주무르는 땜질 처방으로 일관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입시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갈수록 복잡해져 컨설팅(상담) 비용까지 더해지는 등 사교육비 상승을 부채질했다. 윤석열정부가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선 일반고의 교육 여건 개선과 교사 역량 강화 등에 아낌없이 투자해 공교육을 살리고 불신 해소에 힘써야 한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 입에서 “학비가 비싼 자사고와 특목고에 견줘 교육 여건과 효용성이 밀리지 않는다”, “사교육 받아봐야 학교와 별 차이가 없거나 학교만 못하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이런 게 진정한 교육개혁이다. 윤 대통령이 이 문제만 잘 풀어도 교육분야 낙제점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강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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