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장마

2023. 6. 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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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한 사람"이란 어떤 이일까.

사전에서 '오로지하다'를 찾으면 두 가지 뜻이 나온다.

오로지한 사람, 그러니까 이토록 절대적인 존재를 놓친 뒤라면 얼마나 모질고 억센 울음을 울게 될까.

마치 "열아홉에 쓰던 시"처럼 근원을 가늠할 수 없는 통곡이 몇 날 며칠 이어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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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
나무들이 
안간힘으로 서서 
기억을 잃어 간다 
 
젖은 것이 
이미 젖은 것들을
쓸어내리는 밤
 
오로지한 사람을 놓치고 
너는,
열아홉에 쓰던 시처럼
사납게 울었다 
“오로지한 사람”이란 어떤 이일까. 사전에서 ‘오로지하다’를 찾으면 두 가지 뜻이 나온다. “오직 한 곬으로 하다”, 그리고 “혼자서 독차지하다”. 의미의 농도가 짙어서인지 다소 생경한 이 단어를 여러 번 되뇌게 된다. 오로지한 사람, 그러니까 이토록 절대적인 존재를 놓친 뒤라면 얼마나 모질고 억센 울음을 울게 될까. 마치 “열아홉에 쓰던 시”처럼 근원을 가늠할 수 없는 통곡이 몇 날 며칠 이어질 테다. 시인에게 장마는 그런 것인 모양. 하염없이 젖어드는 길고 긴 밤과 같은 모양. 고통의 난장이 아닐 수 없겠다. 그러나 아무리 사나운 장마라도 머잖아 끝을 보이게 마련이다. 기억을 잃고 허우적거리던 거리의 나무들은 다시 꼿꼿이 서려 한다. 어쩌면 더욱 새파란 잎사귀를 매달고서. 장마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진짜 여름.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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