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톡Ⅱ] 59. 뱀딸기 - ‘이름’이 주는 메시지의 놀라움

강병로 2023. 6. 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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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딸기

산에 들 때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주위 변화에 민감하던 지인은 결국 산야초 산행을 포기했습니다. 파충류의 지존 뱀! 소리 없이 출몰하는 이 녀석을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분만 그랬을까요. 산중에서 뱀을 만나면 대부분 호기심보다 두려움을 느낍니다. 똬리를 틀고 노려보는 칠점사 살모사 독사의 섬뜩한 눈빛은 오금을 저리게 만들지요. 그러나 신화와 전설을 들춰보면 ‘뱀’은 지혜와 풍요, 다산의 상징이자 생사를 좌우하는 치유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불교에서는 ‘생명의 윤회’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논리학’의 이미지로 봤지요. 두려움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산중의 ‘뱀’은 공포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먹이를 사냥할 때의 집요함과 끈기, 인내는 보는 이들을 질리게 합니다. 이렇게 달갑지 않은 ‘뱀’을 접두어로 붙인 식물은 어떨까요. ‘뱀’을 이름 앞에 둔 탓에 크게 환영받지 못합니다. 논밭 두렁과 산중에 잘 자라는 이 식물은 다름 아닌 뱀딸기! 초봄에 피는 꽃은 양지꽃을 닮았습니다. 암술과 수술의 모양으로 두 식물을 구분하는데 양지꽃은 암술과 수술이 섞인 듯 보이고, 뱀딸기는 수술이 암술을 감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앙증맞지요.

6월 중순 무렵, 빨갛게 익는 열매는 새콤달콤한 산딸기와 달리 밍밍한 맛이어서 크게 사랑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천덕꾸러기(?) 신세였지요. 그러나 아토피와 피부염증 치료 및 항암 효과가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뿌리와 줄기, 열매를 모두 약재로 쓰는데 동의보감은 “달고 시며 독이 있다. 가슴과 배가 몹시 뜨거운 증상을 치료하고 부인병(생리불순)에 좋다. 종기를 낫게 한다”고 했고, 중국에서는 뱀딸기 추출액이 자궁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특히 ‘폴리페놀’이라는 항산화 물질을 다량 함유, 활성산소와 독성 제거에 효과적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름’이 주는 메시지는 놀랍습니다. 어떤 이미지를 갖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고, 선행 인식이 갈립니다. 뱀딸기에 대한 제 어릴 적 기억은 ‘접근 불가 식물’이었습니다. 빨간 열매가 뱀의 눈과 혀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당연했겠지요. 이 식물이 친근하게 다가온 건 봄볕에 피어난 꽃을 봤을 때였습니다. 꽃은 두려움이 아닌 따뜻함이었지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며 뱀의 공포가 사라졌습니다. 요즘엔 문득 문득 ‘뱀딸기’의 이름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치유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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