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한 ‘전랑외교’가 날로 대범해지는 이유[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023. 6. 26. 23:39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인한 여진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발언 내용과 방식이 전례가 없을 만큼 거칠고 고압적인 데다 중국 정부의 적반하장식 사후 대처가 불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그의 발언은 대한민국 야당 대표의 면전에서 중국 편에 서지 않으면 화를 당할 것이라고 겁박한 것과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 국정을 농단한 청나라의 위안스카이까지 언급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싱 대사를 두둔하며 한국 외교를 비판하고 나섰다. 게다가 중국 관영지의 ‘한국 때리기’는 도를 한참 넘었다. 중국 공산당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힘을 앞세운 ‘강압 외교’로 한국을 속국 취급하는 중국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싱 대사의 발언 파문을 보면서 12년 전의 사건이 ‘데자뷔’처럼 겹쳤다. 2011년 5월 한중 국방장관 회담 취재차 베이징을 찾았을 때다. 회담 전날 당시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한국 합참의장에 해당)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일행 앞에서 미국을 맹비난하고 한국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눌려 할 말을 못 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심한 듯 한미동맹을 폄훼한 것이다.
그날 사건은 돌출 발언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치밀하게 계획한 ‘한국 길들이기’이자 의도된 무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오만한 대국’의 본색과 한중 관계의 전략적 한계를 직접 목격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중화주의와 애국주의를 앞세워 구미에 거슬리면 한국의 팔을 비트는 중국식 ‘겁박 외교’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2016년 북한 핵 위협에 맞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빌미로 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드 배치는 우리 정부의 군사 주권적 결정임에도 중국은 드라마와 영화, 게임, 여행 등 전방위 영역에서 보복을 가했다. 모든 교류가 일시에 줄어들고 일부는 아예 끊겼지만, 중국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7년째 풀지 않고 있다.
한국 옥죄기는 경제 강압뿐만이 아니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자기 안방처럼 넘나드는 중국 군용기의 ‘무력 시위’는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 사전 통보가 국제적 관례지만 중국은 이를 지킨 적이 거의 없다. 우리 정부의 재발 방지 요구도 한 귀로 듣고 흘리기가 다반사다. 국제 규범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국 기조에 역행하는 주변국을 겁주고 실력까지 행사하는 중국의 독불장군 행보는 국제사회를 리드할 대국의 면모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싱 대사의 발언 파문에서 보듯 중국의 대한(對韓) 강압 외교가 날로 대담해지는 데는 한국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프레임에서 탈피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경제적 보복을 과도하게 우려해 중국의 비위를 맞추고, 체면을 세워준 과거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 기조가 한국을 손쉬운 위협 상대로 보고, 한미동맹을 흔드는 패착이 됐다는 얘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찾아 “높은 산봉우리” “대국”이라고 치켜세우고, 시 주석의 ‘중국몽’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한국에 날을 세우는 중국의 북한 편들기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의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등을 번번이 무산시키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도박’을 수수방관하는 차원을 넘어 노골적으로 두둔하고 나선 것은 북한의 핵을 대미 견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편 북핵 문제를 지렛대 삼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저의로 볼 수밖에 없다.
싱 대사의 베팅 발언은 중국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중국해 장악과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 등 중국의 패권적 행태에 대응한 미국의 전방위적 대중 압박이 갈수록 강화되자 자국의 영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라도 ‘완력 외교’를 접고 국제질서와 국제법에 따라 주변국을 대우하고, 상생적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길로 전환하길 바란다. 주변국을 윽박지르고, 힘으로 국제질서를 깔아뭉개는 오만한 대국에 베팅할 주변국은 없을뿐더러 그 베팅이 성공할 확률도 지극히 낮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 국정을 농단한 청나라의 위안스카이까지 언급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싱 대사를 두둔하며 한국 외교를 비판하고 나섰다. 게다가 중국 관영지의 ‘한국 때리기’는 도를 한참 넘었다. 중국 공산당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힘을 앞세운 ‘강압 외교’로 한국을 속국 취급하는 중국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싱 대사의 발언 파문을 보면서 12년 전의 사건이 ‘데자뷔’처럼 겹쳤다. 2011년 5월 한중 국방장관 회담 취재차 베이징을 찾았을 때다. 회담 전날 당시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한국 합참의장에 해당)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일행 앞에서 미국을 맹비난하고 한국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눌려 할 말을 못 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심한 듯 한미동맹을 폄훼한 것이다.
그날 사건은 돌출 발언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치밀하게 계획한 ‘한국 길들이기’이자 의도된 무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오만한 대국’의 본색과 한중 관계의 전략적 한계를 직접 목격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중화주의와 애국주의를 앞세워 구미에 거슬리면 한국의 팔을 비트는 중국식 ‘겁박 외교’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2016년 북한 핵 위협에 맞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빌미로 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드 배치는 우리 정부의 군사 주권적 결정임에도 중국은 드라마와 영화, 게임, 여행 등 전방위 영역에서 보복을 가했다. 모든 교류가 일시에 줄어들고 일부는 아예 끊겼지만, 중국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7년째 풀지 않고 있다.
한국 옥죄기는 경제 강압뿐만이 아니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자기 안방처럼 넘나드는 중국 군용기의 ‘무력 시위’는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 사전 통보가 국제적 관례지만 중국은 이를 지킨 적이 거의 없다. 우리 정부의 재발 방지 요구도 한 귀로 듣고 흘리기가 다반사다. 국제 규범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국 기조에 역행하는 주변국을 겁주고 실력까지 행사하는 중국의 독불장군 행보는 국제사회를 리드할 대국의 면모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싱 대사의 발언 파문에서 보듯 중국의 대한(對韓) 강압 외교가 날로 대담해지는 데는 한국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프레임에서 탈피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경제적 보복을 과도하게 우려해 중국의 비위를 맞추고, 체면을 세워준 과거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 기조가 한국을 손쉬운 위협 상대로 보고, 한미동맹을 흔드는 패착이 됐다는 얘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찾아 “높은 산봉우리” “대국”이라고 치켜세우고, 시 주석의 ‘중국몽’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한국에 날을 세우는 중국의 북한 편들기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의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등을 번번이 무산시키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도박’을 수수방관하는 차원을 넘어 노골적으로 두둔하고 나선 것은 북한의 핵을 대미 견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편 북핵 문제를 지렛대 삼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저의로 볼 수밖에 없다.
싱 대사의 베팅 발언은 중국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중국해 장악과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 등 중국의 패권적 행태에 대응한 미국의 전방위적 대중 압박이 갈수록 강화되자 자국의 영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라도 ‘완력 외교’를 접고 국제질서와 국제법에 따라 주변국을 대우하고, 상생적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길로 전환하길 바란다. 주변국을 윽박지르고, 힘으로 국제질서를 깔아뭉개는 오만한 대국에 베팅할 주변국은 없을뿐더러 그 베팅이 성공할 확률도 지극히 낮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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