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린 가면이 곧 내 얼굴이다[천지수가 읽은 그림책]
intro.
그림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아늑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랄까. 온 우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휙~ 하고 나를 그 시간으로 보내주는, 그림책은 폭신하고 따뜻한 타임머신이다.
화가 천지수가 읽은 첫 번째 그림책은 의자 작가의 ‘얼굴’(의자 지음 / 책고래)이다.
‘가면이 곧 얼굴이다.’
그림책 ‘얼굴’을 펴낸 작가 ‘의자’는 이 문장을 읽고 놀라움과 묘한 이끌림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두 얼굴이 한 덩어리가 돼 있는 책표지의 그림에서부터 강한 호기심을 준다. 한쪽 얼굴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도 무언가를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는 얼굴이라면, 반대쪽 얼굴은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으나 마음을 알 수 없는 얼굴이다.
책장을 넘기면 표지에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이 ‘가면’임을 곧 알게 된다. 수많은 가면이 진열돼 있는 쇼윈도 앞에서 서성이던 어리고도 두려움에 가득 찼던 주인공은 자신이 선택한 가면을 쓰자마자 다른 사람이 된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행동을 하고, 넘치는 자신감을 누린다. 거리낌이 없고 자유로워 보인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가면을 쓰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우리는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마스크’라는 이름의 반쪽 가면을 동시에 경험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말보다 얼굴에서 더 정확하게 드러난다. 창백해진 얼굴로 ‘괜찮아’라고 말해도, 상대가 괜찮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마스크를 쓰는 일상에 조금 익숙해지자 너무나 마음이 편안해져서 놀라웠다.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쉽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일까. 나는 일종의 ‘자유’를 느꼈다. 감추고 싶었던 콤플렉스, 두려움, 혹은 약간은 부끄러운 나의 진짜 마음…. 이런 것들을 반쪽이라도 숨길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였을까? 나는 왜 늘 두려움 속에 살까? 나를 온전히 다 보여주고도 자유로울 순 없을까?
그림책 ‘얼굴’ 속의 주인공도 진정한 자유와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의문을 품은 것이었을까? 거울을 마주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가면을 벗으려고 한다. 가면을 잡고, 뒹굴고, 벗겨내도 벗겨지지 않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가면을 벗었다. 그러나 바로 이 장면에서, 너무나도 강렬한 그림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곳엔 ‘가면이 곧 얼굴이다’라는 매우 충격적인 메시지가 적혀 있다.
우리는 수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아는 척 혹은 모르는 척, 아프거나 안 아픈 척, 괜찮거나 아닌 척…. 그러다 보면 무엇인 진실이었는지 자신조차 떠올리지 못할 때도 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쓰는 가면도 있고, 세상이 우리에게 가면을 강요하기도 한다. 아무튼 가면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우린 다양한 가면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가면이 곧 나라는 존재가 되지 않도록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까 가면은 기사의 갑옷이거나 소방관의 방화복과도 같은 것이겠다 싶었다.
그림책 ‘얼굴’은 글이 없고, 그림으로만 이야기한다. 그래서 읽는 이가 펼칠 수 있는 상상력은 극대화된다. 몰입과 이를 통한 통찰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책을 펴낸 의자 작가는 작품 속 내내 말이 없다가 맨 마지막 장에 작가의 말을 덧붙여 놓았다. 토닥이며 위로해 주는 따뜻한 문장이었다.
“마음에 꼭 들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의 바다를 유유히 헤쳐 나갈 거예요.”
천지수 (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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