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정치와 공자의 정치[삶과 문화]

2023. 6. 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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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길을 나서게 되면, 거리 어디에나 걸려 있는 각 정당의 정치적 홍보를 위한 현수막과 늘 마주하게 된다.

또한 그와 같은 수준 낮은 정치적 감각과 비전으로 급변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더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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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언젠가부터 길을 나서게 되면, 거리 어디에나 걸려 있는 각 정당의 정치적 홍보를 위한 현수막과 늘 마주하게 된다. 자신들의 정책을 올바르게 홍보하기보다는 상대 정당의 흠집을 들추어내기 위한 비방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와 같은 특정한 기간이라면 마음이 불편해도 참고 견딜 수 있지만, 상대를 비난하는 원색적 문구들이 적힌 현수막이 일 년 내내 거리 곳곳에 난무(亂舞)하는 것을 접하는 건 '공해(公害)'라고 할 것이다.

국가와 전체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사적 이익과 집단 이익을 우선하는 행위가 과연 합당한 정치적 행위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고, 저급한 정치적 선전과 선동이 우리나라 정치집단의 문화적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 또한 그와 같은 수준 낮은 정치적 감각과 비전으로 급변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더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공자는 "정치란 정도(正道)로 바로잡는 것이다(정자정야·政者正也)"라고 말한다. '바로잡는다'는 것은 백성을 법령이나 형벌로 다스리거나, 자신의 권력 획득이나 정치적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본심(本心)인 덕(德)으로 공정성의 원칙에 입각해 백성을 교화하고, 예의로 백성을 가르치면, 천하의 모든 사람이 마음으로 기쁨을 느껴 자발적으로 따르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정치'란 인문(人文)의 교화로 이루는 것이지, 결코 법령과 형벌, 즉 사적 이익을 획득하기 위하여 권력으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동양 고전에서 '인문(人文)'이란 말은 '주역' 비괘(賁卦) 단전(彖傳)의 문장, 즉 "천문(天文)을 관찰하여 사시(四時)의 변화를 살피고(관호천문이찰시변·觀乎天文以察時變), 인문(人文)을 관찰하여 천하를 교화하여 이룬다(관호인문이화성천하·觀乎人文以化成天下)"에서 나온 말이다. '문(文)'은 아름답게 잘 어우러진 무늬를 말한다. '천문'이란 하늘이 만들어내는 무늬로서 천체현상, 즉 자연현상과 변화를 가리킨다. '인문'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무늬로서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도리, 즉 인륜(人倫)을 말한다. '화성(化成)'은 천하 사람들을 선(善)을 바탕으로 교화하여 변화를 이루어, 자기완성의 길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위의 뒤 문장을 네 글자로 줄이면 '인문화성(人文化成)'이고, 두 글자로 줄이면 '문화(文化)'가 된다. '문화'란 바로 인문으로 천하를 교화시켜 변화를 이루어 나간다는 것, 즉 인간의 도덕실천을 통하여 천하사람들을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잘 찾아가게 하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문화와 상대되는 말이 물화(物化)이다. 물화는 물(物)의 방식으로 변화를 시키는 것으로, 인간을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문화의식(文化意識)'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을 물건으로 취급하거나, 어떤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항하는 '반물화(反物化)'의 활동이다. 이러한 문화의식을 가지게 될 때, 우리는 사적 이익을 넘어서 인간이 인간다움, 즉 진정한 삶의 가치 실현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박승현 조선대 재난인문학연구사업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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