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복제공장 시도한 일당에 20~30년 베테랑들도 있다

구교형 기자 2023. 6. 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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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임원, 전 직장 동료 3명 영입
화성공장 ‘BED 자료’ 훔치게 해
삼성 협력업체 직원도 끌어들여

삼성반도체 기술을 유출해 검찰에 적발된 일당 중 삼성전자 전직 임원 외에도 경력 20~31년 베테랑 직원 3명이 공범으로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한국 화성·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정보를 빼돌려 중국에 ‘복제공장’을 세우려고 했으며, 이 과정에 삼성 협력업체 직원 등의 도움도 받았다.

26일 경향신문이 국회로부터 입수한 수원지검 공소장 등을 보면 A씨는 반도체 제조업체 B사를 운영하던 2018년 8월 대만의 한 전자업체에서 거액의 투자를 약속받고 중국에 월 10만장씩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20㎚(나노미터)급 D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F프로젝트’를 시작했다.

A씨는 1983년 12월~2001년 9월 삼성전자에서 일하면서 반도체 공정 개발 총괄 등을 하다 상무로 퇴직한 인물이다. 그는 2018년 9월 F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옛 직장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베테랑 직원 3명을 영입했다.

B사에 입사한 C씨는 1985년 8월~2016년 7월 삼성전자 건설팀에 근무하며 반도체 공장 건설 업무를 담당했다. D씨도 1994년 1월~2014년 10월 같은 팀에서 비슷한 일을 했다. E씨는 1988년 4월~2015년 5월 삼성전자 라인기획팀에서 컴퓨터지원설계(CAD)나 엑셀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공정 배치도를 그리는 작업을 수행했다.

C씨는 2018년 9월, 6년 전 시안 삼성반도체 공장 설계를 맡았던 협력업체 직원에게 받아서 보관하고 있던 화성 삼성반도체 공장 ‘BED 자료’를 B사 설비팀장에게 전달했다. BED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이 없는 클린룸을 유지하기 위해 최적의 온도·습도·조도 등을 도출한 수치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관련 정보를 경쟁사에서 그대로 사용할 경우 시간, 인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씨는 2018년 9월 시안 반도체 공장 건설에 관여했던 감리업체 직원에게 공장 설계도면을 보내달라고 했다. 해당 직원은 공장 구조, 수치, 면적 등이 적힌 도면 파일을 촬영한 사진 13장을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D씨에게 전송했다. E씨는 2019년 1월 시안 반도체 공장 8대 공정 정보가 담긴 공정 배치도를 베껴 CAD 도면을 작성했다.

베테랑 직원들의 이직을 둘러싼 기술 유출 문제가 대두한 가운데 최근 법원은 삼성전자에서 24년간 일하다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으로 옮긴 직원과 관련해 이직을 2년간 제한하는 게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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