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수뇌 등 ‘푸틴의 이너서클’ 균열 땐 부메랑 될 수도

정원식 기자 2023. 6. 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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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출신 등 지배 엘리트층
충성 강도 예전만 못할 듯

‘일일천하’로 끝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겉으로는 철옹성 같아 보이지만 안으로는 곪을 대로 곪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노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심은 지난 23년간 구축해 온 ‘푸틴 체제’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다.

<약한 독재자: 푸틴 러시아 권력의 한계> 저자인 티모시 프라이는 공산당 치하의 중국이나 군부 치하의 미얀마와 달리 러시아의 정치권력은 푸틴 한 명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 배분되고 행사된다고 지적한다. 푸틴의 정치권력은 그가 엘리트들에게 국가의 부와 안전을 제공하면, 엘리트들은 그에게 충성하는 거래의 형태로 이뤄져왔다. 푸틴 대통령은 엘리트 내부의 균형과 견제를 유지하는 최종 중재자로 군림하는 한편 엘리트 간 반목과 경쟁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잠재적 도전자들의 출현을 차단해왔다.

외신들은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의 이너서클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프리고진의 반란은 푸틴 대통령의 권력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엘리트들의 믿음에 균열을 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는 “프리고진은 푸틴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면서 “이제 대통령이 모든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그의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푸틴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 지배 엘리트들은 국가보안위원회(KGB)나 연방보안국(FSB) 같은 정보기관 및 군 출신을 일컫는 ‘실로비키’가 대부분이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의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KGB에서 1970년대부터 푸틴과 함께 활동했던 파트루셰프 의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핵심 설계자로 러시아의 대표적인 ‘매파’ 엘리트로 꼽힌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유라시아센터 연구원인 브라이언 휘트모어는 푸틴의 권력이 약화될 경우 매파 엘리트들이야말로 푸틴 정권을 가장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세력이라고 말한다.

쇼이구 장관은 KGB 출신이 아니지만, 비상사태부 장관으로 20년 넘게 재임하며 푸틴의 신뢰를 쌓았다. 푸틴과 휴가를 함께 갈 만큼 돈독한 관계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전시에 군부 지도자인 쇼이구 장관의 인기가 올라갈까봐 프리고진을 이용해 서로를 견제시켰고, 결과적으로 이는 푸틴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007년부터 체첸 자치공화국을 통치하고 있는 람잔 카디로프도 눈여겨봐야 할 푸틴의 사람이다. 현재는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군벌이지만, 자신의 군사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균열이 일어날 경우 프리고진처럼 언제 ‘창끝’으로 변할지 모를 변수를 안고 있다.

친푸틴 성향 러시아 언론인 콘스탄틴 렘추코프는 뉴욕타임스에 “프리고진의 반란 후 푸틴의 권력이 안정을 제공하고 안보를 보장한다는 생각이 하루 만에 무너졌다”면서 “이제 엘리트들은 (푸틴 체제가 자신들에게) 더 이상 무조건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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