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간호사 됐나’…면허증 반납
복지부는 “유감”…‘진료보조’ 문제, 간호법과는 무관 주장
간호사 4만3000여명이 ‘간호법’ 제정 무산 과정에서 “정부가 간호사의 자긍심과 간호법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항의 표시로 보건복지부에 면허증을 반납했다. 복지부는 간호계가 준법투쟁 과정에서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업무범위 문제 해결을 촉구한 데 대해 “간호법과 무관한 문제”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복지부는 PA 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체를 가동키로 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26일 세종시 복지부 청사를 방문해 전국 회원 4만3021명의 면허증 사본을 전달했다. 의료인이 자발적으로 면허증을 반납한다고 해도 면허가 취소되지는 않는다.
간협은 간호법 제정 무산 과정에서 복지부가 ‘간호법이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한다’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등의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근거 없는 거짓주장으로 간호사의 자긍심과 미래 돌봄을 위한 간호법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간협은 또 복지부가 의료현장에 만연한 ‘불법진료’를 묵인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복지부가 책임지고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즉각 나설 것”을 요구했다.
간협은 지난 5월18일부터 간호사 업무 밖의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지시하는 의료기관 신고를 받았다. 간협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 지난 23일까지 접수된 1만4504건의 신고를 토대로 전국 81개 의료기관을 1차 신고 대상으로 추려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 공공 의료기관 27곳, 민간 의료기관 54곳이다.
복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폐기된 간호법안은 이른바 ‘PA’ 문제 해결과 무관하다”면서 “간협이 ‘PA’ 문제를 간호법안 폐기와 결부시켜 단체행동의 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PA 문제 해결을 위해 조만간 간협과 현장 전문가, 보건의료단체, 환자단체 등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협의체 논의가 성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간협은 참여해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의협은 “무면허 진료보조인력의 양성은 의사와 간호사 간 협력의 근본을 뒤흔들어 의료인 간의 신뢰 관계를 훼손시킨다”고 주장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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