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상 인권위원 “이태원 참사는 당사자들이 몰주의해서 일어난 참사”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26일 인권위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가진 전원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발생한 참사”, “5.18보다 더 귀한 참사냐”라고 하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이 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해 10월 인권위 상임위원에 임명된 인물이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의 의견 표명 여부를 결정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7명이 찬성 의견을,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기권은 1명이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나온 이 상임위원의 발언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참사 발생과 관련해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민주당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참사의 책임은 피해자들의 몫이고, 이 건에 대한 국가 책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파적 공격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 상임위원은 이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와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비교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에는 5·18 특별법보다 훨씬 강력한 조항들이 있다. 스스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파 몰렸다가 밀려 넘어져 발생한 사고인 이태원 참사가 국가권력에 의해 시민을 고의 살상한 5·18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냐”라고 했다.
이 상임위원은 이태원참사 특별법의 조사위원 구성을 두고는 ‘유신헌법을 연상시킨다’고 하기도 했다. 이 상임위원은 “추천위원이 유가족 3분의 1이고 여당과 야당이 3분의 1이라 유가족과 야당을 합치면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는 유신헌법 당시 정부 여당이 국회 3분의 2를 차지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이에 다른 인권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서미화 인권위원은 “인권위원의 의견이 어떻게 이렇게 인권 침해적인 의견일 수 있냐”며 “5·18희생자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생명을 놓고 비교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단순하게 여러 사람이 좁은 데 몰렸다가 자기들끼리 넘어져서 사고 난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 때 교통사고 아니냐고 했던 것과 흡사하다”며 “이태원 참사를 두고 5·18보다 더한 사태냐고 하는 주장은 초점을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회의를 방청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 상임위원의 발언에 항의하다 퇴장했다. 한 유가족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특별법과 관련된 의견 표명이 가결되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회의를 방청한 희생자 고 이상은씨의 부친 이성환씨는 “별다른 논리 없이 다른 인권위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부인하는 이 위원의 모습이 지치게 만들었다. 특별법을 만들어달라는 유족의 목소리를 정파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본 것도 문제”라면서도 “인권위원분들이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동감하고 안건을 가결해주신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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