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1층을 ‘공개공지’로 만들면 재건축 제한 풀 것”

김보미 기자 2023. 6. 2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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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업무 중심지 시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5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 브릭스퀘어 정원에서 도쿄 공개공지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폐쇄적 강남, 도시계획 실패”
건물 내 공공공간 확보 강조
‘녹지생태도심 재개발’ 사업
세운상가·서울역 등 후보로
“문화재 옆 고층건물 논의를”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개공지’는 도시의 공공성을 대변한다. 언제든 머물렀다가 떠날 수 있는 휴식과 여유의 공간은 요금 등 경제적 매개에 따른 접근 제한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 도심 건축물들은 카페와 식당 등으로만 공간을 채워 소비자의 정체성을 가질 때만 환대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5일 오전 일본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 브릭스퀘어 정원 앞, 일요일 도심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아침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건물 1층에 식당가가 형성돼 있지만 가게에 들어가지 않아도 주변 야외 공간에 벤치가 설치돼 앉을 자리는 많다.

이곳은 1990년대 마루노우치 지구 재개발에 참여한 일본 부동산 개발업체인 미쓰비시지쇼(三菱地所)가 2009년 완공한 업무·상업 복합건물이다. 용적률 100%(기본 1300%)를 추가로 받기 위해 1800년대 지어졌다 철거된 ‘미쓰비시 1호관’을 복원하며 공원을 만들었다. 도쿄역 공중권(130%)을 구매하고 지역 냉난방 신설(35%) 등을 더해 총 용적률 1565%로 개발된 건물이다.

도쿄 업무 중심지인 마루노우치·오테마치 일대에선 이 같은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테마치 타워역시 시민들은 사유지인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휴식 공간으로 머문다. 송준환 야마구치대학교 건축학 부교수는 “(재개발 과정에서) 가로를 공원화한 것은 개별 필지만으로 업무 공간을 채울 수 없다는 인식”이라며 “높이 짓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람들이 모이게 하려면 저층 공간이 상업·문화 등으로 활용도가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대형 건물이 위치한 가로는 대부분 카페 등이 들어서 ‘유사 공공공간’ 기능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도쿄에는 ‘아카사카 인터시티 에어’ 지하에 조성된 공개 공간(위)이 휴일에도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업무 건축물인 ‘이즈미 가든’은 측면에 단차를 이용한 상업시설과 녹지가 함께 조성돼 있다. 김보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마루노우치 등을 둘러본 후 “그동안 도심 건축물은 공급자 중심이었다”며 “서울시가 구상 중인 녹지생태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세금을 들이지 않고 시민에게 제공되는 녹지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 ‘서울대개조론’”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 서울시 ‘도시계획국’을 ‘도시공간국’으로 바꿔 공개공지 등을 조성하는 정책에 집중할 방침이다. 1층을 중심으로 한 저층부를 녹지 등 공공공간으로 만들도록 유도하는 역할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공공공간은 연간 기온 편차가 큰 기후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겨울에도 영하권으로 떨어지지 않는 도쿄는 건축물 공개공지에서 공원과 산책로 기능이 중심이지만, 겨울이 긴 한국은 공원과 같은 야외 공간으로만 조성하면 쓸 수 있는 기간이 훨씬 짧다. 실내외 공간 활용이 모두 필요하다.

오 시장은 건축물로 둘러싸인 가로변이 카페 등 사업시설 중심인 데다 실내 공공공간이 폐쇄적으로 구성된 강남 지역에 대해 “실패한 도시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종로 세운상가 주변과 서울역, 강남 등지를 공공공간 개념을 적용해 재개발할 수 있는 대표 지역으로 꼽았다. 오 시장은 “창덕궁부터 종묘까지 문화재 옆이라 지금은 거부감이 크지만, 높은 건물은 역사 유적 주변부로 빠지고 중심에 선형 녹지가 형성되는 것”이라며 “어느 것이 더 문화재를 돋보이게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부교수는 “개발 후 가치를 특권층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도쿄 |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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