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잘해도 모셔가더니…줄줄이 폐강에 기피 학과 전락, 어쩌다가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6. 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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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과로 부상했던 대학 중국어학과
매년 지원자 수 줄며 수업 폐강되기도
상위권 대학 제외하고는 존속 위기
[사진 = 연합뉴스]
경희대학교에서 20년 째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주재우 중국어학부 교수는 지난 학기 수업이 폐강될 위기를 겨우 면했다. 주 교수의 수업에 20명의 학생이 신청했는데, 지난 학기부터 최소 수강 인원이 20명에서 10명 미만으로 줄어들며 폐강되지 않은 것이다. 주 교수는 “2019년에 처음으로 전공수업이 폐강되는 경험을 했는데 그 이후로도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폐강을 겨우 면할 정도로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한다”며 “매년 중국어학과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는데 이제는 존속에 대한 위기감까지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서울 상위권 대학의 중국어 교양 과목은 정원의 10%도 채우지 못해 폐강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성장과 함께 급성장했던 중국어학과의 인기가 매년 떨어지고 있다. 전체 대학의 중국어 전공 입학자 수는 최근 4년만에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또한 중국어에 대한 취업시장에서의 평가가 예전보다 떨어지면서 교양 강의는 수강생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강하는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교양 강의로 제2외국어를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데, 이전에는 중국어학과의 인기가 높았지만 요즘은 서어서문학과나 일문학과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 이 대학 교수 A씨는 “과거에는 교양 과목으로 중국어를 배우거나 관련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수강생들이 많이 찾지 않아 폐강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중국어학과 교수 B씨도 “중국과 한국의 외교·정치적 상황에 따라 취업 등 여러 부분에 영향을 받다보니 선호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며 “인기가 높았던 과거에 비해 학생들이 덜 선호하다보니 서울 상위권 몇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어학과 지원자와 입학자 수는 매년 줄어드는 실정이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전체 대학의 중국어학과에 2018년에는 2만2149명이 지원해 4014명이 입학했지만 2022년에는 1만7725명이 지원해 2727명이 입학하며 지원자 수와 입학자 수 모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학생들은 중국어가 더 이상 취업 시장에서 매력적인 학과가 아니라고 평가한다. 중국어학과 졸업생 이모씨(27)는 “이전에는 중국어를 잘 하면 취업 시장에서 이득이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에 살다 온 사람도 많고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대학에서는 다른 전공을 배우고 중국어가 필요하면 학원에 가서 따로 공부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다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어학과 인기 하락의 배경에는 어문계열이 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떨어진 영향도 있다. 2018년 어문계열에 17만4611명이 지원하고 2만7048명이 입학했지만 2022년에는 각각 15만3686명, 2만2548명으로 4년새 크게 줄었다.

주재우 교수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과가 인기가 높아지며 어문계열의 인기 하락 속 인기 학과였던 중국어학과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어를 잘하는 중국인이 많아지다보니 인력 수요가 줄어든 부분도 있고,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늘어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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