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프리고진 수사 계속 진행 중”…쇼이구 장관, ‘바그너 반란’ 후 첫 공개 행보
러시아 당국이 군 수뇌부를 비판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지 않았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 프리고진이 반란의 이유로 지목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반란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전 직전까지 치달았던 프리고진의 반란을 초기에 진압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 행보를 보이며 입지를 과시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인터팍스통신, 스푸트니크통신 등 러시아 주요 언론들은 검찰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을 철수하는 대신 사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발표한 크렘린궁의 성명과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 입건은 취소될 것이다. 그는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며 반란에 가담한 다른 바그너 그룹 병사들도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러시아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에 “러시아 당국의 수사가 계속된다면 프리고진이 크렘린의 확고한 동맹인 벨라루스에서 체포돼 러시아로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병력 철수 후 벨라루스로 가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질설이 돌았던 쇼이구 장관은 이날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쇼이구 장관이 헬리콥터를 타고 우크라이나 전선 지역으로 향해 한 러시아군 부대 사령부에서 군 지휘부와 회의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 국방부는 쇼이구 장관이 회의에 참석한 사령관과 장교들에게 우크라이나군의 장비와 병력을 선제적으로 감지해 공격하는 정찰 활동을 수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영상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언제 촬영된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프리고진과 갈등을 빚어온 쇼이구 장관은 이번 반란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 평가된다. 앞서 프리고진은 쇼이구 장관 등 군 수뇌부가 바그너 그룹에 탄약 등 무기를 지원하지 않아 엄청난 인명 피해를 입었다며 이들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고,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 그룹 후방 부대들을 포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국방부의 바그너 그룹 공격을 이번 반란의 이유로 내세웠다.
국방부의 영상 공개는 24시간 만에 반란이 일단락된 후 쇼이구 장관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그가 여전히 건재함을 대외적으로 알린 셈이다. 크렘린궁은 쇼이구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말을 아껴 왔다.
프리고진이 쇼이구 장관과 함께 ‘부패하고 무능한’ 군 수뇌부로 지목해온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반란 이후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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