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는 키움에 어떤 교훈을 느껴야 하나… 선발이 무너지면 기세고 뭐고 끝장이다

김태우 기자 2023. 6. 2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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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잠실 LG전에서 조기 강판된 찰리 반즈 ⓒ곽혜미 기자
▲ 부진한 투구 끝에 퇴출 절차를 밟고 있는 아도니스 메디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인 키움은 올 시즌 초반 순위표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어쩌면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부 포지션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나아진 구석이 있다고 볼 수도 있었는데, 정작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시즌 초반 5할 고지전에서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한 키움은 투‧타 밸런스가 무너지며 5월 중순 이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결국 6월 9일 23승34패1무(.404)로 승패마진이 -11까지 추락함과 동시에 시즌 최저 승률을 찍었다. 최하위 추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성적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키움이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제법 있었다. 특히 현장이나 해설위원들의 의견이 그랬다. 이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선발진’이었다. 선발이 무너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선발 투수들이 버티면 연패가 짧아지고, 팀 타선과 궁합이 맞는 시기가 오면 연승도 길게 이어 갈 수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성적의 오름폭도 가파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즌 초반 키움은 팀 성적과 무관하게 선발진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 에이스 에릭 요키시가 부상 여파로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39에 그쳤으나 나머지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를 비교적 잘 지켰다. 키움의 순위가 최하위를 걱정해야 했던 6월 9일 당시 시점, 키움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3.36으로 리그 2위이자 리그 평균(3.92)보다 훨씬 좋았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36차례나 기록하며 압도적인 리그 1위였다. 팀의 에이스이자 KBO리그 에이스인 안우진이 평균자책점 1.87을 기록 중이었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 그리고 올해 뚜렷한 반등을 이뤄낸 최원태까지 스리펀치가 안정적으로 버텼다. 여기에 적절한 시점에 합류한 정찬헌이 뒤를 받치면서 선발진이 안정을 유지했다.

선발진은 계속 잘 버텼고, 이정후를 필두로 한 타자들의 사이클이 올라오자마자 키움은 가파른 연승 흐름을 타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키움은 6월 10일 이후 10승3패1무를 기록했고, 그 중심에는 이 기간 14경기에 1.7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발진이 있었다. 1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가 9번,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만 6번이었다. 이런 선발진 속에서 점수만 적당히 나면 질 수가 없었다.

▲ 키움은 안우진을 필두로 한 안정적인 선발진이 상승세 발판을 놓을 수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
▲ 이민호의 부진은 LG 선발진이 어지러워지는 원인을 제공했다 ⓒ곽혜미 기자

물론 키움은 아직 5할 승률을 회복하지 못했고, 순위도 6위다. 키움이 올 시즌 최고의 팀이라거나 최고의 팀이 될 것이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이 버티면, 설사 다른 포지션의 경기력이 약해도 반드시 기회는 찾아온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례로 남을 만하다. 이는 올 시즌 동반 포스트시즌을 꿈꾸는 LG‧롯데‧KIA, ‘엘롯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의 객관적인 전력은 키움보다 못할 것이 없고, 선수층의 깊이는 더 좋은 측면도 있다. 실제 LG와 롯데는 현재 키움보다 앞선 순위다. 그러나 세 팀 모두 선발 쪽에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발이 무너지면, 이들의 시즌 전망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SSG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LG는 선발진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토종 3~5선발을 정립하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까지는 실패다. 선발 평균자책점(3.67)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너무 많은 선수들이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임찬규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선발은 결정조차 못했다. 염경엽 LG 감독이 후반기 승부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선발진을 뽑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는 끝까지 못 버틴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염 감독이다.

롯데는 결국 시즌 초반 선발진의 부진이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고, 이것이 6월 이후 팀 성적 저하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불펜 투수들이 지친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여전히 두 외국인 투수가 들쭉날쭉한 가운데, 박세웅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모두 변수가 크다. 나균안은 부상으로 이탈했고, 한현희는 불펜으로 간 뒤로 부진하고, 이인복은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무너지는 선발진 앞에 기세라는 건 없었다.

KIA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5명의 선발 투수들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5월 들어 균열이 생겼다.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가 부진 끝에 사실상 퇴출 절차를 밟고 있고, 숀 앤더슨은 4월의 기세를 상당 부분 잃었다. 이의리는 이닝 소화 능력이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윤영철은 분명 고졸 신인으로 거쳐야 할 단계들이 있다. 양현종도 한동안 부진한 경기력에서 불안감을 남겼다. 당장 메디나의 대체 선발부터가 고민이다. 세 팀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발진 안정 문제부터 풀어내야 한다. 그것도 빨리 풀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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