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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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있다.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거인이 지나가는 나그네를 자신이 만든 침대에 눕히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자르고, 침대보다 짧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늘렸다는 이야기다.
시대의 변화나 상황에 맞지 않는 획일적인 정책이나 규제가 바로 이 침대에 해당된다.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와 법령 한 줄'이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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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사회의 발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여러 규제들이 오히려 기업과 국민에게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많다.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와 법령 한 줄'이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규제혁신을 위해 특허청은 신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모이는 '혁신의 선두' 부처로서, 혁신을 저해하거나 기업과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제도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 적극 개선하고 있다.
첫 번째는 우리 기업이 반도체 첨단기술의 특허를 보다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한 것이다. 기존에는 다른 기술보다 우선적으로 특허심사를 할 수 있는 기술 분야가 시행령에 한정적으로 규정돼 있어 경제·산업 여건에 따라 우선심사대상 기술의 확대가 필요할 경우 법령개정에만 수 개월이 걸렸다. 특허청은 이러한 규제의 경직성을 해결하기위해 작년 11월 반도체 등 '국가 경쟁력에 중요한 첨단기술'에 대해서는 법령 개정없이 공고만을 거쳐 먼저 심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4월에는 민간 전문가 30명을 포함한 167명의 반도체 전담심사조직을 신설, 반도체 특허 심사기간을 기존 15개월보다 6배가량 빠른 평균 2.5개월로 앞당겼다.
소상공인의 빠른 상표권 확보를 위한 서비스상표우선심사팀도 신설해 처리기간이 1개월로 단축되도록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도·소매업이나 음식점업 분야는 유행에 민감하고, '덮죽'의 사례와 같이 상표권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해 신속한 상표권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허청은 이러한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출원된 상표를 최대한 빠르게 심사해 국민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글로벌 규제도 개선한 바 있다. '고추장',' 된장', '김밥', '소주', '막걸리', 한복' 등 6개 우리나라 고유의 상품 명칭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공인받은 것이다. 그간에는 우리 기업이 외국에서 상표를 출원할 때, 이러한 상품 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고추장 관련 제품에 대한 상표를 출원할 때는 상품 범위를 '매운 고추소스'로 지정하고, 소주는 '한국 증류주'로 상품을 지정해 출원해야 했다. 이런 까닭에 소주는 술의 종류로 인식되기 보다는 한국 증류주의 '상표'로 오인되거나, 다른 나라에서 상표로 무단 등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위에서 말한 6개 상품명을 국제 공식 명칭으로 등재하는데 성공, 우리 기업들의 해외 상표권 확보나 한류를 이용한 제품 홍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과 기업을 위한 규제혁신에는 끝이 없다. 특허청은 고금리·고물가 시대의 국민경제 안정화에 기여하기위해 올해 안에 특허등록 수수료 등도 일괄 조정할 계획이다. 또 기업의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과 ESG경영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환경부 등과 협력해 '녹색기술 특허분류체계'를 새로 도입하고 국제표준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규제와 정책은 기업과 국민을 옥죄는 '불편한 침대'가 되는 대신,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 활동의 기반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앞으로도 현장의 애로에 귀 기울이고, 지식재산 규제혁신을 통해 미래를 선도해 나가는데 매진할 것이다.
이인실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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