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공정과 상식?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지 마라

한겨레 2023. 6. 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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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5천만 국민을 대신하는 위치에 있다면, 노심초사 하루에도 몇 번씩 5천만 국민의 공정과 상식 수준을 자신의 것보다 우선해야 하지 않겠나? 개인적으론 아무리 일본이 좋다 해도 대통령이면 다수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또 미국을 아무리 숭배한다 해도 대한민국 국익과 배치될 때는 당연히 국익에 따라야 하는 것은 상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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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왜냐면] 윤용식 | 한국방송대 명예교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빈다. 그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고, 국민 생활에 향상을 가져올 것이고, 국격이 다소라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 윤석열 정부의 업적을 살펴보면, 노동 단체들을 엄격히 다룸으로써 한 때나마 인기가 올라간 것과 최근 방미와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에서 얻은 것이 성과라면 성과겠다. 그러나 사실 이도 따지고 보면, ‘외교적 레토릭’(말 치장)만 요란할 뿐 실질적 국익에 도움이 얼마나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경제면에서는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은 게 아닌가 하는 억울한 생각이다. 더욱이 국가를 전쟁 위기에 끌어들이는 위험천만한 실책도 저지른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에도 나타났듯이 다수 국민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하면 어떤 실수를 또 저질러 국익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아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수건 진보건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취임 초 ‘용산 이전’ 문제부터 최근 위안부 보상 문제 등 대일 굴욕 외교, “미국의 악의적 도청은 없”었다는 식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발언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공정과 상식’에 맞는 게 없다. 물론 인간은 개성에 따라 사고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5천만 국민을 대신하는 위치에 있다면, 노심초사 하루에도 몇 번씩 5천만 국민의 공정과 상식 수준을 자신의 것보다 우선해야 하지 않겠나? 개인적으론 아무리 일본이 좋다 해도 대통령이면 다수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또 미국을 아무리 숭배한다 해도 대한민국 국익과 배치될 때는 당연히 국익에 따라야 하는 것은 상식 아니겠는가.

지금 미·중 무역 전쟁을 함께하던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나토 국가들조차, 심지어 일본 등까지도 미국 정책에 거슬러 ‘자국 이익 우선 정책’을 쓰고 있다. 유독 윤석열 한국 정부만 일방적 미국 이익 우선 정책을 쓰고 있다. 근본 문제는, 국민과 생각이 달라도 내 고집대로 한다는 대통령의 상식이다. 만약 내 고집대로 해서 국익에 손상을 끼친다거나, 국가 안보에 위해를 초래할 경우 대통령으로서 어떤 책임을 지겠는가? 만일 일본이 우리 영토 독도를 어찌한다거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해서, 또는 중·러가 어떤 경제 보복을 해서, 그로 인해 우리 국민이 큰 피해를 보게 되면 국민이 용납하리라고 보나? 이는 디지털 인공지능(AI) 시대 국민의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우리 국민 아닌가. 명실상부한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임을 세계만방에 이미 과시한 바 있는, 이젠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선 국민을 더 이상 무시하지 마라. 윤석열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요즘 천주교 신부들과 개신교 목사들, 대학교수들과 학생들 등 각계에서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근래는 호국불교를 자처하는 불교계까지 나섰다. 3·1운동 때 33인 민족대표는 거의 종교계 출신이라면서 윤석열 정부 퇴진에 앞장서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국민 인내심의 한계도 거의 임계점에 달한 느낌이다. 마치 박근혜 정권 말기를 연상시키고 있다. 필자 노객으로 또다시 ‘헌정 중단’을 바라지 않지만, 해외 순방도 좋고 소신도 좋지만, 폭발 직전의 국내 여론도 유념하기 바란다. 시급히 정권교체에 버금가는 인적 쇄신부터 국정 전반의 일대 혁신을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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