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단속하고 노동환경 개선해야 미등록 외국인 줄어든다
[왜냐면] 백수웅 | 위솔브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이 몽골인을 3살짜리 아들과 함께 보호소에 구금시켰다는 기사(<한겨레> 6월14일치 1면)가 화제가 됐다. 몽골인은 아들과 함께 19일 동안 구금됐다 지난 4월20일 강제출국당했다. 아버지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3살짜리 아동을 보호소에 함께 구금시킨 것은 잘못된 일이다. 최근 불법체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필자가 진행했던 사건 가운데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불법체류 중인 엄마, 아빠를 긴급보호 조치하고, 2살짜리 아이를 분리한 일이 있었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출국명령 이행보조금을 내고 하루 만에 아이와 만날 수 있었지만, 아동을 가진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비인도적 행정조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등록 외국인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을 근절해야 한다는 정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 만연된 마약 확산의 원인에는 불법체류 중인 미등록 외국인이 있다.의료 보험이 되지 않아 값비싼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미등록 외국인들은 자국에서 유통되는 마약류를 국제 우편을 통해 국내로 들여와 별 죄의식 없이 진통제나 각성제처럼 사용하고 있다. 불법체류 중인 미등록 외국인이 사용하는 대포폰, 대포 통장 등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된다. 범죄의 모든 원인을 미등록 외국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지만, 정부가 범죄확산의 원인을 제공한 이들을 단속하고 규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미등록 외국인의 확산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불법체류가 확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브로커와 열악한 근로 환경에 있다. 브로커는 한국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외국인을 유혹하고 단기 비자 등을 통해 한국 입국을 종용한다. 그리고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에게 체류자격 외 취업 활동을 추천한다. 지금도 소셜미디어, 인터넷 카페 등을 보면 불법 취업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들의 게시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열악한 근로 환경도 한몫한다. 합법적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면 더 나은 조건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도한 근무시간 등 불합리한 근로 환경을 벗어나 미등록 외국인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결국, 불법 취업을 끊임없이 알선하는 브로커를 단속하고 외국인들이 일하는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미등록 외국인의 수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출입국 관리직 공무원들은 정부 지시에 따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단속 정책에서 미등록 외국인의 숫자를 감축하기 위한 목적만 강조될 뿐 수단의 적정성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어 보인다. 필자가 출입국관리소와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법무부의 지침을 따랐다는 답변을 많이 받는다. 법무부 지침을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비인도적인 단속 활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 몽골인과 3살 자녀에 대한 비인권적 조치 역시 법무부 지침에 따른 집행과정에서 나왔다. 엄정한 법 집행도 중요한 일이지만 미등록 외국인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인도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미등록 부모의 딸로 태어나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친구가 있다. 그는 25살이 됐지만, 친구의 이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한국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냥 한국에서 태어났을 뿐이다. 그런데 부모가 미등록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철저히 사라진 존재가 됐고 항상 강제퇴거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우리 사회는 단지 미등록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외면해야 할까. 정부는 우리 사회에서 필수적인 일자리를 담당하는 미등록 외국인들을 단속만으로 완전히 근절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일부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어떻게 받아들일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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