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기준 모호"…교육부 발표에도 교실 혼란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이미령 이율립 최윤선 기자 = 교육부가 26일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의 예를 공개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를 배제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선 교실은 여전히 혼란한 분위기였다.
교육부의 예시에도 킬러문항의 기준이 모호한 데다 수능일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탓에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오후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재수생 이모(19)씨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수능을 앞두고 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데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킬러문항을 안 내겠다지만 막상 내놓고 킬러문항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수험생 노모(18)군도 정부 발표에 대해 "학생 입장에서 불안이 덜어지는 대책은 아니다. 물수능이냐 불수능이냐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많고 정시 등급 커트라인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고3 아들을 둔 학부모 권모(50)씨는 "우리 아이는 지금까지 학원을 안 다니고 공부해 왔다. 수능을 앞두고 '파이널 강의'는 듣고 싶다고 했는데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계속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당국의 발표로 킬러문항의 '정의'가 더 불분명해져 외려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수생 이모(19)씨는 "정부가 발표한 킬러문항을 봤는데 그렇게 어렵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킬러'라고 하니깐 정부 시각이 현장과 괴리된 게 아닌가 싶다"며 "6월 모의평가는 3월 모의평가나 작년 수능보다 쉬운 편이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는 "수학 특성상 주관식이 객관식보다 정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정답률을 기준으로 킬러문항을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6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에서 '실질적 킬러문항'은 28번이었으나 정부는 객관식인 28번보다 정답률이 낮게 나왔던 주관식 30번을 킬러문항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정부가 현실을 모르고 대책을 발표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며 "9월 모의평가를 봐야 알겠지만 이 정도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본다면 진짜 '물수능'으로 만들겠다는 건지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원래 교육과정 밖에서 나온 게 킬러문항이라고 얘기했는데 오늘 발표를 보니 정답률이 낮은 게 킬러문항이 됐다"며 "더 애매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날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으로 킬러문항을 최대한 걸러내는 것으로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면 '준킬러' 문항이 늘어날 텐데 준킬러 문항 대비 사교육도 존재할 것이다. 어쩌면 중위권 학생들까지 더욱 심한 경쟁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2 딸을 둔 학부모 계모(53)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바뀌니 정부 말을 믿기는 어렵다"며 "학생도 학부모도 머리가 아픈데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 상품을 만들어내는 학원만 돈을 버는 게 아니냐"고 푸념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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