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마팔다` 마지막 연재 50주년 기념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
지난 25일은 남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화 캐릭터 '마팔다'(Mafalda)의 연재가 최종 중단된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을 기념해 남미의 많은 도시에서 마팔다를 그리워하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마팔다는 1964년부터 1974년까지 아르헨티나의 신문과 잡지 등에 연재되었던 시사 풍자만화의 주인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팔다 연재만화의 마지막 회가 실린 신문 사진이나 조각품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마팔다의 행동을 모사하는 이벤트에 참여했습니다.
마팔다는 필명 '퀴노'(Quino)로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그래픽 유머작가 호아퀸 살바도르 라바도(Joaquin Salvador Lavado)가 창안한 캐릭터입니다. 마팔다는 더벅머리의 여섯 살 여자아이로 고안됐습니다. 어리지만 비틀즈를 좋아하고 수프 먹길 싫어하는 여느 집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입니다. 그러나 마팔다는 사회현상에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질문하고 환경 악화를 걱정하는 조숙한 아이 콘셉트이기도 합니다.
마팔다는 1963년 전자제품 기업 맨스필드(Mansfield)로부터 홍보 만화 제작을 의뢰받고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회사 부도로 묻혔다가 나중에 잡지와 일간지의 시사풍자 만화의 주인공으로 재 부각되면서 세계적인 캐릭터가 되었고, 퀴노는 유명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마팔다는 1964년 9월 '프리메라 플라나'(Primera Plana)에서 연재가 시작돼 약 1년간 게재됐고, 이후 일간지 '엘 문도'(El Mundo)로 옮겨 게재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1967년 12월 이 신문이 폐간되면서 마팔다는 여러 매체 등을 전전했습니다. 여기에는 군부독재 정권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퀴노가 1973년 6월 25일을 기해 더 이상 마팔다를 연재하거나 출판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 미디어로부터는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마팔다 캐릭터는 그 독창성과 사회현상을 꼬집는 비판적 시각으로 인해 쉽게 대중의 곁을 떠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당시 군부독재 등으로 어지럽고 을씨년스러웠던 아르헨티나 정치 사회적 배경에서 마팔다는 대중을 위안하는 캐릭터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 뿐 아니라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살바도르 라바도라는 본명보다 퀴노로 통하는 마팔다 작가는 2020년 9월 작고하기 전 한 인터뷰에서 "당시 만약 마팔다를 계속 연재했더라면 내가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독재정권으로부터 압력을 받았음을 실토했습니다. 그가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사회적 부조리와 정치적 악에 대해 때 묻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고자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부조리를 대하면서 어른들은 스스로를 돌아봤습니다. 마팔다의 시각은 부드럽고 해학적이었지만 촌철살인의 날카로움을 품고 있었습니다.
마팔다는 1950년대 발표된 미국의 유명 캐릭터 '피너츠' 시리즈와 종종 비교됩니다. 마팔다 캐릭터 역시 피너츠 시리즈처럼 분화된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엄마 캐릭터 '마마', 두 살 어린 '미구엘리토'(Miguelito) 등 여러 명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피너츠에 등장하는 찰리 브라운이나 루시 등이 미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다루었다면, 마팔다는 좀더 심각한 문제를 다뤘습니다. 피너츠가 미국 중산층 가정 아이들의, 어쩌면 '복에 겨운' 유년시절이 주제였다면, 마팔다와 주변의 캐릭터들은 1960년대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 드리웠던 독재와 쿠데타, 고도 인플레이션, 극심한 빈부격차 등 보다 심각하고 실존적인 문제와 마주했습니다.
어쨌거나 마팔다 마지막 연재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남미의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 보여 안타깝습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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