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나이스`하지 못한 공공SW
교육부의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도 결국 탈이 났다. 대형 공공 SW(소프트웨어) 사업에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교육부가 2020년 9월부터 2824억원을 들여 개발한 '나이스'는 학생 출결, 교직원 수업 정보 등 대부분의 학교 행정업무 처리에 쓰인다. 지난 21일 개통 후 금세 안정화될 거란 기대와 달리 문제가 연이어 발생, 교육 현장에 불편을 끼쳤다. 첫날 접속이 몰려 일부 시도교육청 시스템 속도가 느려지면서 서울지역 위주로 먹통 현상이 발생했다. 이후 서버 증설로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특히 기말고사 기간에 시험 문항과 답안 등 정보가 담긴 문항정보표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접속자가 많은 상황에 동시에 들어온 인쇄 요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능은 첫날 바로 중지됐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시험지 교체 등 뒤처리로 혼선이 빚어졌다. 수행평가 시스템에서도 오류가 발견됐다.
굳이 개통 시기를 이때로 택한 이유가 여전히 의문인 가운데,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24시간 비상 근무체제를 가동해 시스템 안정화를 꾀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를 틈타 일각에선 SW진흥법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된 대기업의 공공SW사업 참여를 제한해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발주 당시 교육부도 대기업 참여 허용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반려된 바 있다.
하지만 100억원을 추가 투입해 보완했던 3세대 나이스, 타절(계약해지)까지 이어지는 보건복지부 '행복이음' 등 대기업이 수행한 사업도 비슷한 사정이다.
SW업계에선 사업 수행역량은 이제 큰 차이가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도입 이후 대기업의 공공SW사업 담당 인력이 상당수 중견·중소기업으로 이동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대형 공공SW 사업이 난항을 빚는 원인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이다. 사실 원인은 진즉 파악돼 있었다. 평균단가 4600원인 고등학교 급식비를 예로 들면, 20명에 9만원 이상이 들지만 5만원 정도만 주어지는 게 공공SW사업 행태다. 조리기간은 똑같이 주면서 디저트까지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떨어지기도 한다.
과거 전체 정부 예산에서 2~3%에 달했던 공공SW 사업 비중은 현재 1%도 안된다. 국내 전체 SW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정도지만, 대부분 유지보수 사업이다. 신규사업 예산은 1조원이 채 안되는 정체된 시장이며, 기획 당시 잡았던 예산에서 평균적으로 58% 수준을 갖고 수행되는 실정이다.
사업 참여인력에 지급되는 FP(기능점수) 단가는 2010년 이후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 인상됐을 뿐이다. 코로나19를 거쳐 대폭 상승한 SW 개발자 몸값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명확한 요구사항과 잦은 과업범위 변경까지 반복되며 산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고무줄' 과업범위는 공공SW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문제다. 부족한 예산으로 사업을 수행하니 단기적인 '가성비' 인력 수급에 의존하고, 이에 더해 때때로 바뀌는 '갑'의 요구로 일마저 늘어나니 제대로 된 마무리를 바라기도 쉽지 않다. 이런 열악한 예산과 사업 수행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서비스 품질 담보는 요원하다는 게 SW업계의 목소리다.
올초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단이 ICT 규제개선 과제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꼽은 것을 계기로 관련 논의가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보다는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대해선 공공 발주기관 담당자들도 목소리를 같이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까지 최대 장애물도 이런 공공SW사업 실정일 것이다. 최현택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은 '행복이음' 사태를 과거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빗대었다. 그는 이런 사고를 계기로 건설 분야 규정이 개정됐던 것처럼 공공SW사업 환경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 또 '나이스'가 터졌고, 이대로라면 어디서든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땐 어디서 누구를 또 탓할 것인가.
팽동현기자 dhp@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버스서 `딱 걸린` 몰카 50대男…승객·기사·경찰, 손발이 `척척`
- `깍두기 인사`에 "형님"...영화 `친구` 폭력조직 두목 결혼식, 경찰 출동
- `400만원 차 수리비` 초등생에 요구하던 30대 차주…"누리꾼에 딱 걸렸어"
- 여고생과 교실서 상습 성관계한 40대 교사…일본 교육계 발칵
- "싸가지 없는 XX" 초등생에 혼잣말 욕설 50대 女교사…`선고유예`
-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바빠진 비명계… 12월 1일 김부겸 초청 특강
- 유상임 장관 "장관직 걸고 건강한 기술사업화 생태계 만들 것"… "트럼프 2기와 빨리 만나야"
- 20대 5명 중 2명 "비혼출산 가능"… 결혼·출산관 바뀌는 청년
- 내년 `APEC CEO 서밋 의장` 최태원 "에너지 사업서 미래 해결 지식 얻어"
- 대출금리 언제내리나… 연말 대출옥죄기 가속폐달 밟는 금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