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다니고 이걸 어떻게 풀어요”...논란의 킬러문항 살펴보니
과학·철학 등 대학 수준 비문학
추상적이고 복잡한 영어지문 등
대부분 정답률 낮은 고난도 문항
‘물수능’ 우려에 이주호 부총리
“변별력 또한 평가의 본질”
교육부는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최근 3년간 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킬러문항을 총 26개를 분석해 발표했다. 영역별로 수학 9개, 국어 7개, 영어 6개, 과학탐구 4개 문항이다.
수학 영역의 경우 한 문항에서 여러 수학적 개념이 결합돼,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접근방식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다수 포함됐다.
예컨대,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22번 문항은 다항함수의 도함수, 함수의 극대·극소, 함수의 그래프 등 3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된 복잡한 문제로 EBSi 고3 기준 정답률이 2.9%에 불과했다.
그 외 2023학년도 수능 22번, 30번(미적분) 문항과 2021학년도 수능 30번(나형) 문항도 다수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된 문제가 제시됐다.
또 2022학년도 수능 29번(미적분), 30번(기하) 문항은 각각 대학에서 배우는 ‘테일러 정리’ ‘벡터의 외적’ 개념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 심화학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제해야 할 킬러문항으로 제시됐다.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와 고차원적인 해결방식을 요구하거나 사교육을 통해 대학생 수준의 수학을 공부한 경우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유불리가 발생하는 문제”라고 킬러문항의 기준을 설명했다.
국어 영역은 과학·기술 분야의 복잡한 지문이나 대학교 수준의 철학 및 경제학 배경지식을 요하는 문항이 다수 포함됐다.
2022학년도 수능 8번 문항은 ‘헤겔의 미학’ 관련 지문이 제시돼 정립, 반정립, 수렴적 상향성, 절대정신 등 교과 수업에서 일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수준보다 높은 철학 영역의 배경지식이 요구된다고 봤다. 같은 해 수능 13번 문항은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에 대한 지문이 제시돼 교과 수준보다 높은 경제학 지식이 요구된다고 봤다.
영어는 전문적인 내용 혹은 관념적, 추상적인 내용으로 수험생들이 영어를 해석하고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을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2023학년도 수능 37번 문항은 ‘변호사 수임료 체계’라는 생소한 소재의 영어 지문으로 법률 분야에 적합한 의미로 어휘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수능 문항으로 부적합하다는 분석이다. 2022학년도 수능 21번 문항은 ‘과학자에 대한 맹목적 신뢰는 지양하되 어느 정도의 신뢰는 필요하다’는 추상적이고 난해한 내용이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복잡한 문장구조로 제시돼 있다는 분석이다.
그 외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33번, 34번 문항도 추상적인 내용이나 복잡한 문장구조를 이유로 배제해야 할 킬러문항으로 분류됐다. 당해 수능 영어 영역에서 정답률이 가장 낮았던 2023학년도 수능 34번 문항, 2022학년도 수능 38번 문항도 킬러문항으로 분류됐다. 두 문제의 정답률은 각각 17.0%, 24.9%를 기록했다.
교육부는 정답률이 아닌 교과과정 내에서 다룰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킬러문항을 선별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에 전문적인 용어, 배경지식이 필요한 내용을 포함시키거나 3개 이상의 성취 기준이 포함되도록 문제를 꼬아서 낸다면 공교육에서 이를 다룰 시간적인 여유가 과연 있느냐 하는 고려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가 꼽은 킬러문항이 대부분 정답률이 낮은 초고난도 문제인 만큼 이런 문항이 배제될 경우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킬러문항이라는 것 자체가 수능의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배제한다는 것이고 이는 어떻게 보면 원칙과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평가에 있어서 변별력은 어떤 면에서 본질이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안심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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