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여진의 마켓잠망경 <41>] 타다 무죄 판결로 본 혁신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

2023. 6. 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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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오후 타다 로고가 붙은 자동차가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6월 1일 대법원으로부터 타다의 무죄 판결이 확정되자 타다를 둘러싼 논쟁이 오랜만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타다의 주요 사업이었던 ‘베이식 서비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를 벗고 적법한 영업으로 판가름 났다. 그러나 이미 2020년에 타다 영업이 불가하도록 해당 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타다가 해당 서비스를 재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다시 4년 전의 타다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는 이유는 타다와 유사한 처지의 플랫폼 기업들인 로톡(법률), 직방(부동산), 닥터나우(의료), 삼쩜삼(세무), 강남언니(의료) 등이 줄줄이 법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타다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화두를 던졌다. 우선 ‘타다 금지법’이 정치 논리에 입각한 악법이 아니었는지에 대해 정계에서는 책임론 공방이 한창이다. 또한 택시업계의 혁신을 막은 조치가 결국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서울 시민이 겪었던 택시 대란과 이로 인한 택시비 인상으로 귀결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여론이 주목하고 있다. 한편 타다 반대 측에서는 타다가 규제를 피해 간 것이 편법이 아니었는지, 타다가 규제 이전에 특혜를 누려서 몸집이 커진 거대 자본이 아닌지 등의 공정성 이슈를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타다 사태를 거치며 스타트업 업계나 투자업계의 고민은 비슷한 모양새다. 타다가 우리 사회에 던진 의문을 차근히 짚어보면 앞으로 스타트업은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그 방향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타다는 혁신적인 서비스 맞나

결정적으로 타다의 서비스가 혁신적인지에 대해서조차도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다.

타다 반대론자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기업이 기존 택시업계 수익을 그대로 독차지할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타다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문을 봐도 자동차 대여업체가 기사와 함께 자동차를 대여하는 것은 적법한 영업 형태로 정착돼 있었는데, 타다는 이런 서비스에 통신 기술을 접목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는 혁신이라고 보기에 무리인 것일까.

스타트업의 정의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과거 스타트업은 정보기술(IT)이 급격하게 발달한 1990년대 후반 미국의 닷컴버블 과정에서 웹사이트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 붐이 일어나면서 기술 기반의 신생 벤처기업을 의미했다. 닷컴버블이 붕괴한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는 오랫동안 정체를 겪다가 2010년대 이후 일어난 모바일 혁명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및 모바일 기술이 발달하자 스타트업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지며 ‘제2의 벤처붐’이 시작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들이 대거 등장하며 스타트업의 양적, 질적 성장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2022년 기준 신규 기술 창업 기업과 청년 창업 기업은 각각 23만 개와 51만 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니콘은 18개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최근 들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소규모 창업 기업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두루 확장돼 사용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이란 일반적으로 기술 기반의 창업 기업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타다 논란에서도 스타트업의 혁신성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헬스케어, 항공우주 등 첨단 딥 테크(Deep Tech) 분야에서는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가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겠으나, 특정 분야의 플랫폼 기업은 그 혁신성에 대해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기여도는 어떨까. 타다가 기존 택시업계의 이익을 뺏어서 몸집을 키울 뿐 시장을 새로 창출하거나 경제성장에 더 기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플랫폼 기업의 혁신성에 대해서는 아직 역사적으로 검증이 충분히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까지 혁신이 새로운 고용 창출을 일으킨다는 가설은 많으나, 기존 산업과 비교해 이를 넘어서는 수준의 경제적 가치를 부가적으로 창출했는지는 검증된 적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 각계각층이 객관적으로 지표를 세워서 검증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플랫폼 기업에 초기부터 대규모의 투자를 집행해 온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부분이다. 기업 가치 평가의 기본은 기업이 사회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평가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기존 산업을 뛰어넘는 수준의 새로운 경제적 효과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흥망성쇠는 소비자가 결정

이처럼 여러 가지 시각으로 스타트업 규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정리해 봤다. 그러나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조금 다른 시각이다. 이 수많은 논란 중에서 과연 소비자의 효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다. 특히 입법을 하는 정치권에서 실제로 본인 손으로 돈을 벌어본 사람이 있긴 한 건지 의문이다.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과연 소비자들에게 어떤 효용을 일으키는 건지, 얼마나 소비자들이 편해졌길래 기꺼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소비자보다 본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대로 법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대다수 국민은 노조나 협회, 시민단체를 결성해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아니다. 그냥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민이다. 이들은 타다가 없어진다고 해서 ‘타다를 살리기 위한 모임’ 같은 시민단체를 만들지 않는다. 타다가 사라지자, 택시 대란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바가지요금을 내고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만원 버스에 짐짝처럼 실려서 힘든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평범한 시민의 몫이다. 과연 새벽 만원 버스에 실려 귀가하는 이들에게 정치권에서 말하는 타다 금지법의 논리가 이해 가능한 것일까.

필자는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에 수년간 종사하며 다양한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목격했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는 소비자가 과연 이 서비스에 지갑을 열 것인지 소비자가 이 서비스에 충분히 만족하고 계속 재구매할 것인지에 달렸다.

비싸고 불편한데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권단체, 정치단체의 이권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의 허황한 구호와는 상관없이 소비자들은 그냥 타다가 편하니까, 싸니까 타는 것이다.

타다 논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100여 년 전 영국의 붉은 깃발법이다. 영국은 자동차 산업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게 하는 붉은 깃발법으로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게 됐다고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본인들의 정치적 이념이나 본인들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없애는 것은 2000년대에 다시 보게 되는 영국의 붉은 깃발법일 뿐이다. 심판은 정치 논리가 아니라 소비자의 지갑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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