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확보방안 빠져 … 1·2등급 구분없는 물수능될라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6. 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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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전문가들 평가

◆ 사교육 대책 ◆

정부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드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고 해도 시험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준킬러 문항'이 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학교 현장에선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교육계에선 상위권을 구분하기 위한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어떻게 시험에서 변별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냈다. 고난도 문제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다수의 준킬러 문항이 메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원도 어렵다고 하는 문제가 쉬워진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인지, 변별력은 어떻게 기를 것인지, 어려운 부분이 다 빠지는데 중간 정도 문제의 위상이 바뀔 것인지 등 문제가 생긴다"며 "(시험이) 교과서에서 출제된다고 해도 다른 학교 교재가 나와 버리면 낯선 과목이 돼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추정해보면 일반적으로 킬러 문항에서 수학은 주관식인 것을 고려하면 정답률이 3%가량 나오지만, 다른 객관식 과목에선 정답률이 10~20% 나온다"며 "1등급이 4% 이상인데 (이후 시험에선) 어렵지만 1등급 학생들이 모든 문제를 다 풀 수 있는 것 아니냐. 변별력 확보를 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획기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에 걱정스럽다"며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하면 장기적으론 위험이 있을 것 같고, '방과 후 학교'나 EBS 강화 등으로 학교 교육과 공교육의 강화도 언급됐는데 학교와 교사들이 잘 따라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국어와 영어 킬러 문항 기준은 교육과정 내외가 있는지 판단이 어렵다"며 "국어와 영어는 지문 자체 난도가 높은 것은 피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킬러 문항을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준킬러 문항 이슈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준킬러 문항이 많아지면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현장에서 상위권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킬러 문항'을 가르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얘기하면서 킬러 문항 배제를 환영했다. 하지만 일부 우려도 나타냈다. 현직 국어 교사 A씨는 "최고난도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다면 중상 정도의 난도를 출제했을 때 만점이 1등급(4%) 이상 나와 버릴 수 있다"며 "그러면 2등급이 없어지는 그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텐데 상대평가에서는 부담을 덜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승민 서울 동북고 수학교사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더라도 충분히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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