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감독이 ‘KCC와서 재밌게 해보자’며 코치직 제안”
차기 ‘유력 감독 후보설’에 대해선 “부담스럽다”
이상민(51) 전 서울 삼성 감독이 전주 KCC 코치를 맡는다.
KCC 프로농구단은 26일 “이상민 코치가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로 2024-2025시즌까지 KCC의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코치는 앞으로 2년간 전창진(60) 감독을 보좌한다.
이 코치는 전화 통화에서 “지난주 금요일 전창진 감독이 전화를 해서 ‘KCC에 와서 재밌게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초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뒤 정말 푹 쉬었다. 미국, 태국 등지로 여행도 다녔다. 농구판이 그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했다.
KCC는 작년에 FA 시장에서 허웅(가드), 이승현(포워드 겸 센터)를 영입했고, 얼마전엔 최준용(포워드)을 SK에서 데려왔다. 2023-2024시즌 우승후보로 꼽힌다.
이 코치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실업 농구대잔치 시절’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연세대를 나와 1997년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에 입단, ‘컴퓨터’ 가드로 명성을 떨쳤다. 통산 챔피언전 우승 3회,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 2회, 챔피언전 MVP 1회를 했다. 올스타 팬 투표가 시작된 2001-2002시즌부터 2009-2010시즌 은퇴하기 전까지 9시즌 연속 최다 득표를 했을 만큼 열성팬들이 많았다. 프로 통산 어시스트 역대 2위(3583개·581경기)에 올라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이기도 했다.
KCC를 대표하는 연고지 스타였던 그는 선수 생활 후반기에 예기치 않은 파문에 휘말렸다. 2007년 KCC가 FA(자유계약선수)로 서장훈을 삼성에서 영입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팀을 옮겨야 했다. 삼성이 이상민을 서장훈의 보상 선수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KCC는 팀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베테랑 이상민을 삼성이 영입하는 부담을 감수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고, 당시 3명이었던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상민을 제외하는 오판(誤判)을 했다. 당시 KCC가 FA로 영입한 서장훈, 임재현은 자동으로 보호선수가 됐다. 따라서 KCC는 실질적으로는 한 명만 보호선수로 묶을 수 있었고, 이상민 대신 ‘미래 가치’를 따져 추승균을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이상민을 보상선수로 지명한 것이다. 이 바람에 연세대 시절의 가드 이상민-센터 서장훈 콤비를 재현하려던 KCC의 의도는 물거품이 됐다. 당시 서장훈도 이상민과 호흡을 맞춘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생각지도 못한 이별을 하면서 허탈감에 빠져야 했다. 이상민을 잃은 KCC는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2007-2008시즌부터 세 시즌을 삼성에서 뛴 이상민은 은퇴 후 2년간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2012년부터 삼성에서 코치를 지내다 2014-2015시즌 감독으로 부임했다. 감독 재임 기간 중엔 챔피언전 준우승(2016-2017시즌)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는 2022년 1월 삼성 지휘봉을 내려놨다. 성적 부진에, 선수들의 음주 운전 사고가 불거지면서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졌다.
그동안 프로농구 감독을 지내다 코치로 코트에 돌아온 지도자들은 있었다.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KT 감독(2015~2018)을 했다가 모비스 코치(2018~2022)를 거쳐 지난 시즌 감독으로 승격했다. 김영만 전 원주 동부 감독(2014~2017년)도 재계약에 실패한 뒤 창원 LG의 코치(2017~2020년)를 맡았다.
이상민 코치 역시 장기적으로는 KCC의 유력한 사령탑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차기 감독설’에 대해 “그런 얘기는 부담스럽다”면서 “외국엔 ‘할아버지 감독’들도 많은데 우리는 그런 풍토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코치도 이미 현 KBL(한국농구연맹) 지도자들 중에서도 연배가 높은 편이다. 그보다 농구계 선배인 인물은 KCC 전창진(60), 안양 KGC 김상식(55) 감독 뿐이다. 고양 데이원을 이끌었던 김승기(52) 감독은 팀이 제명되면서 거취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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