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푸틴만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변곡점을 맞았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36시간 쿠데타로 인해서다. 전 세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누구도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쿠데타로 꽤 명확해진 게 하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만의 전쟁'이라는 점이다.
쿠데타 과정에서 기묘한 장면이 포착됐다. 러시아군은 프리고진의 용병 업체 바그너그룹의 진격을 사실상 저지하지 않았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로스토프주 군사령부에 무혈 입성하는 등 모스크바 인근 200㎞까지 단숨에 도달했다. 용병들이 점령한 도시의 풍경도 예상과 달랐다. 주민들은 '쿠데타 세력'을 환대했다. 프리고진은 박수받으며 철수했다. 주민과 '셀카'도 찍었다.
러시아군과 국민은 전쟁 당사자인데, 어쩐지 전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전 세계가 놀란 쿠데타에 이들만 놀라지 않았다. 전시 비상사태임을 인지하지 못한다고까지 느껴졌다. 물론 전장이 우크라이나 본토이고, 격전지엔 대부분 용병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엄연한 본인들의 전쟁을 남 일 취급했다. 단순 물리적 거리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러시아군과 국민이 푸틴이 내세운 전쟁의 명분에 동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비무장화·비나치화'를 내세워 전쟁에 나섰다. 푸틴은 전쟁 결정에 국민의 전폭적 지지가 있다고 주장했고, 푸틴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그의 말과 지지율이라는 숫자는 프리고진의 쿠데타에 의해 한 번, 전쟁 의지가 없어 보이는 러시아군과 국민에 의해 또 한 번 부정당했다.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하며 남긴 말이 푸틴에게 뼈아프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원수로 승진하기 위해 필요했을 뿐 우크라이나 비무장화·비나치화를 위해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쟁은 국가 이권이 걸려 있고, 국민이 이를 지키기로 합의해야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합의는 전쟁 동력이 된다.
동력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푸틴은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까. '제2의 프리고진'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김상준 글로벌경제부 kim.sangj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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