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단계서부터 킬러문항 골라낸다…'공정수능 점검위원회' 운영(종합)
출제위원 영리행위 금지…'공공 컨설팅' 등 공교육 입시준비 지원
'영어유치원' 편법운영 단속하고 '초등 의대반' 실태점검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연 26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없애고 '공공 입시상담' 등을 통해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들이 '영어유치원'으로 편법 운영하는 것을 단속하고 '초등 의대 입시반' 실태점검을 하는 한편, 늘봄학교 확대와 만 3∼5세 교육과정(누리과정) 개정을 통해 유·초등 사교육 수요도 줄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킬러문항 핀셋 제거…'공정 수능 점검위원회' 신설
교육부는 먼저 공교육 중심의 '공정한 수능'을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교육에서 성실하게 학습한 학생들이 수능에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의 킬러문항은 핀셋으로 제거한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수능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적정 난도와 변별력을 갖춘 문제가 출제될 수 있도록 교사를 중심으로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신설해 수능 출제 단계에서 킬러문항을 걸러낼 계획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공정수능 평가자문위원회'는 (수능 출제를 위한) 출제진 합숙 전·후로 출제전략을 자문해주는 역할을 하고, 출제진 합숙 때는 '공정수능 출제자문위원회'가 함께 합숙에 들어가 킬러문항을 집중적·독립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장 교사로 주로 구성된 출제점검위원회가 출제·검토 단계에서 킬러문항만을 골라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교사 45%·교수 55% 정도로 구성된 출제진을 2025학년도 수능부터는 교사 중심으로 구성하고, 수능 문항 정보도 추가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별도로 입시학원이 수능 출제경험이 있는 교사·교수에게 모의고사 문항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출제위원이 일정기간 수능 관련 강의·자문 등 영리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다.
수능 킬러문항과 관련해 학생·학부모 불안감을 자극하는 허위·과장광고를 막고자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를 받고, 일부 수능 전문 대형 입시학원의 부조리는 관계기관과 단호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또한, 학생들 누구나 학원 도움 없이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현장 교사 중심의 무료 대입 상담 등 '공공 컨설팅'을 실시하고 대입 정보 제공도 확대한다.
논술·구술 등 대학별고사가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도록 점검하고 학교 수행·지필평가도 교육과정 내에서 이뤄지도록 교차 검토를 강화하는 한편, 선행학습 영향평가도 강화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중·고교 교과 보충용 사교육을 줄이고자 EBS 시스템을 개편하고 유료 강좌인 '중학 프리미엄'을 무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수준별 학습 콘텐츠도 대폭 확대한다.
영어유치원·초등 의대 입시반 등 점검…누리과정 개정 검토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유·초등 단계에서의 사교육비 경감도 추진한다.
유아 단계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을 대비한 사교육 수요를 고려해 유-초 연계 '이음학기'를 확대해 운영하고, 영어·예체능 등 수요가 많은 방과후 과정을 위해 재정 지원도 늘린다.
숲·생태·아토피 치유 등 다양한 테마형 유치원도 지정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학부모의 유아교육 수요와 유보통합 계획을 고려해 3∼5세 교육과정(누리과정)도 개정한다.
유아 사교육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신설하고, 이른바 '영어유치원' 편법운영 사례도 단속한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학원비가 월 10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유아 사교육비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공교육 기관이 아니므로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되는데 이를 어기는 곳이 많고, 종일반을 운영하면서 급식시간까지 교습시간에 포함해 원비를 받는 사례도 흔한데 이런 편법운영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초등 단계에서는 돌봄수요가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늘봄학교와 초1 에듀케어를 확대하고, 체육·예술 프로그램도 늘린다.
'초등 의대 입시반' 등 신규 사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실태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부모가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에 과잉 의존하지 않도록 학부모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교육청도 자체 사교육 경감 대책을 수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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