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청사진 없인 단순 건축민원처럼 해결 안돼”
대구시 북구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경북대 유학생들이 서문 인근 주택가에 이슬람사원을 짓기로 하자, 이를 뒤늦게 안 일부 주민은 소음·냄새 등을 이유로 사원 건립 반대에 나섰다. 주민들은 최근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를 전시하는 것을 넘어 수육 파티,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등 반대 시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돼지는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동물이다.
이소훈(작은 사진)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2년째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사원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위원회 이름으로 ‘유엔 종교와 신념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반대 주민들 처음부터 혐오 내비쳐
방음벽·민원협의체 등 제안도 묵살
지자체 등 기관의 적극적 역할 주문
“‘혐오는 나쁘다’ 단호한 메시지 필요”
학생 보호하지 않는 대학에 아쉬움
“구성원이 학내외서 공격받는데
당위적 역할조차 안하는 건 충격”
“학생들이 사는 곳에 유기적인 이유로 사원이 생겼어요. 주변 교회와도 똑같이 생겼는데, 학생들은 이렇게 반대가 심할 것이라고 전혀 몰랐죠. 이미 살고 있던 곳일뿐더러 서구에서는 반이슬람 정서가 강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학생들은 만족감이 대단히 큰 상태로 살고 있었어요.”
이 교수는 “반대 주민들은 처음부터 이슬람 혐오를 내비쳤다. 북구청에 낸 탄원서를 보면 이슬람 유학생들이 모여있는 것을 ‘세력화’라고 표현한다거나, 동네가 ‘이슬람 본거지가 된다’는 펼침막을 붙이기도 했다.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분명 있는데, 두려움은 인종주의의 큰 기제다. 이유 없는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풀지 않으면 주민들은 계속해서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구청은 한때 사원 건축주 쪽과 반대 주민들 사이 대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건축주 쪽은 주택가가 아닌 경북대 인근 상가 등도 찾아 나섰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미 모든 동네 사람이 이 문제를 알고 있어서 제대로 된 공간이 구해지지 않아요. 학교에서 너무 멀거나, 너무 좁거나, 심지어 사원이라고 표시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슬람 혐오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다른 곳으로 옮기기는 힘들 거에요.”
이 교수는 “물론 주택 바로 옆이라 주민들의 불편함은 이해하지만, 학생들이 ‘방음벽을 치겠다’, ‘굴뚝을 높이 하겠다’, ‘민원협의체를 구성하겠다’ 등을 제안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순한 민원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원 건축 찬반을 떠나 학생들이 이미 그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나치처럼 유대인을 수용하거나, 군부정권처럼 부랑자를 수용했던 역사적인 실수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면 이주민과 공존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슬람 포비아(공포)를 터무니없이 만드는 특정 사이비 기독교 세력들은 대구에서 추방돼야 한다”는 등 잇따라 이슬람사원 갈등 문제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대구시·북구 등이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 문제는 단순한 건축 민원을 해결하는 문제와는 다릅니다. 지자체가 중립적인 입장을 갖고서는 해결할 수 없어요. 어떤 대구, 어떤 북구를 만들고 싶은지, 그곳에 사는 외국인 주민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이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수반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죠. 여기에 더해 사회현상 안에서 발현되는 혐오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지자체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이슬람을 혐오하는 일은 주민들에게도 절대 좋지 않다. 지금도 유학생에게 월세를 받는 분들이 있다. 학교 근처에서 주민과 학생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주민들이 특정 유학생 그룹을 향해 혐오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혐오를 해결하는 문제는 이슬람사원 찬반 문제를 넘어서서 지역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권위 있는 기관에서 ‘혐오는 잘못됐다’는 굉장히 단호하고 도덕적인 일관적인 메시지를 보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구청은 지난 4월 교육부와 경북대에 공식적으로 이슬람사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 교수는 학생 보호에 나서지 않는 경북대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학내 구성원이 학내외에서 공격받고,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떤 권위 있는 사람들이 ‘인종·종교 차별은 나쁘다’, ‘이슬람 혐오는 옳지 않다’는 등 규범적인 메시지조차 내지 않는 것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글로벌 시대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당위적인 역할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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