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교육에 쏟아부은 돈 26조···‘킬러 문항 제거’ 실효성에 의문
교육부가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6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자 사교육 경감 대책을 마련해 26일 발표했다. 물가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학력저하 등이 겹치며 초중고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17년 27만2000원에서 지난해 41만원으로 급증했다. 교육부는 2014년 이후 사교육 관련 종합대책을 별도로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공정성 확보 방안을 주문하면서 ‘공교육 과정 중심의 공정한 수능 실현’과 ‘사교육 카르텔 근절’, ‘공정한 입시체제 구축’에 대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교육계에서는 유치원 단계부터 대입까지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 단계가 사교육 대책에 포함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공정 수능과 입시체제 구축, 방과 후 과정 지원 강화 등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전반적 사교육 경감 방안을 제시하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대책이 폭증한 사교육비를 줄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능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사교육 경감까지 가려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수능체제로 개선하는 로드맵을 2028 대입제도 개선방안에 담아야 한다”며 “불법적·비교육적 사교육 상품 단속도 이슈가 발생하면 후속 단속에 나서기보다는 선제 대응 체계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지와 학업성취도평가 전수 확대 등은 과도한 입시 경쟁 구조를 만드는 대표적 사교육 유발 요인인데 이번 대책에는 이 방향의 수정안이나 사교육 유발 요인을 종합적으로 억제하는 경감 방안이 담겨 있지 않다”고 했다.
수능 킬러 문항 배제에 집중된 이번 대책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지망하는 일부 고교생들이 킬러 문항에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학생에게는 수능 킬러 문항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이 공고하고, 진학한 대학에 따라 고소득을 올리는 안정적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수능만 손본다고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노조연맹은 “사교육 경감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대학 입시와 고교 정책에서 점수경쟁교육의 폐단을 시정하는 과감한 대책 없이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벌주의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 등을 학벌주의를 깰 수 있는 주요한 정책으로 보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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