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끊으려 자수까지…마약에 '한 번'은 없었다"
"가장 후회 되는 건 내가 나를 망가트렸다는 것"
"처벌 당연하지만, 우리 사회 위해 치료도 필요"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마약을 끊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도움받을 수 있는 곳도 없고, 오죽하면 경찰에 자수까지 했겠어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 마약에 손대지 않을 거예요."
마약으로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최모(54·여)씨는 '세계 마약퇴치의 날'인 26일 지난날을 후회하며 이렇게 말했다.
20대 때 호기심으로 '딱 한 번' 접한 마약에 '한 번'은 없었다. 최씨는 "당시 주변에서 대마초·필로폰이 돌았고, 친구를 통해 처음 접했다. 대마초는 '담배니까'라는 생각에 쉽게 시작했고, '한 번에 중독이 되겠어?'라는 호기심이 발단돼서 필로폰을 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끊으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3개월 뒤 또 마약을 찾았다. 그러다 친구가 걸리면서 적발됐고, 집행유예를 받았다. 처벌받고도 끊지 못했고, 집행유예 기간 또 해서 실형까지 살았다"라고도 했다.
마약을 끊겠다는 일념으로 찾아간 경기도마약퇴치본부에서 알게 된 '자조(自助)모임'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외로운 시간이었다. 출소하고 갈 데도 없고, 마약은 안 끊어져서 힘들던 차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도마약퇴치본부를 찾아갔다. 거기서 자조모임에 나오라고 소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자조모임은 익명의 마약 중독자가 한 달에 2번씩 모여 약물을 끊었는지 확인하고, 소통하는 자리다. 최씨는 자조모임 도움으로 12년 동안 마약을 끊고 살았지만, 6년 전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혼자 버티기 어려웠던 최씨는 모임에서 단약에 실패했다고 고백했고, 경찰에 자수했다.
최씨는 "자조모임 프로그램에서 '겸손과 정직이 있어야 약물을 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수했다. 벌금형을 받았고, 벌금 내느라 생활고로 힘들었지만 내가 저지른 죄라 갚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서 이겨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단약'을 결심한 이유는 '끝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는 "마약을 또 하면 교도소 가서 실형 살 게 뻔하고, 그러다 보면 내 인생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인생은 그만 살아야겠다 싶어서 '뻔한 끝'으로 가지 말자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후회되는 부분은 내가 나를 망가트렸다는 것이다. 과거 내 실수 때문에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게 힘들다. 약물을 안 했다면 전과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건강도 해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또 "'이제라도 잘 살면 되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늘 위축되고, 막바지에는 '약물중독자',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이 늘 있다. 사실이니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후회가 많이 된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절대 약물에 손을 안 댔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씨는 연일 터져 나오는 마약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범죄를 저질렀으니 '처벌'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치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교도소에 보내버릴 뿐 치료나 재활에는 관심 없다. 끊어보려고 발버둥 치는데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고, '네 잘못이니까 벌 받고 알아서 살아라'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이겨낼 수 있는 길을 터주길 바랐지만, 늘 궁지로 몰리는 느낌이었다. 궁지에 몰리면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치료'를 위한 길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검거된 마약사범은 43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88명 대비 29.5% 늘었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설이나 기관,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경기·전북 각 3곳, 서울·대구·인천·경남 각 2곳, 부산·광주·대전·울산·강원·충북·충남·전남·경북·제주 각 1곳 등 24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실제 치료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병원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국립부곡병원 등 2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보호기관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데, 그마저도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치료보호비를 지원받은 도민은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는 마약 중독자 수에 견줘 부족한 숫자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회적 문제가 된 '마약' 치료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근 경기도마약퇴치본부 본부장은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끊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 마약 중독자 치료를 전공으로 한 의사는 거의 없고, 치료 재활 관련 병원도 많지 않다. 인프라 자체가 거의 없는 것"이라며 "전문과 양성과 함께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은 "검거된 마약사범은 빙산의 일각이다. 더 많은 중독자가 있다. 검거한 마약사범을 교도소에 가둬놓으면 출소 뒤 재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단속은 사후약방문이다. 단속만 할 게 아니라 재중독 방지와 치료를 위한 예산 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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