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미국에서 쫓겨나는 한국인 유학생들
울면서 귀국하는 사례 수두룩
싱가포르·캐나다 등과 다르게
취업비자 쿼터 확보 못한 결과
글로벌 인재들 뜻 펼칠 수 있게
정부가 해외취업 뒷받침해야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가 최근 늘어났지만 정작 졸업 후 이들을 필요로 하는 미국 기업에서는 비자 때문에 채용을 할 수 없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미국 내 선두 인재 채용 서비스 업체인 세스나 그룹의 조재원 법인장이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실제로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13년 이후 매년 줄곧 감소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3.2% 증가한 4만755명을 기록했다. 팬데믹 마무리 영향이 크다.
문제는 졸업 이후의 행보다. 미국에서 취업해 경력을 쌓고 싶지만 취업에 필요한 비자 취득이 하늘의 별 따기여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귀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비자가 H1B(전문직 취업 비자)다. 이 비자는 연간 신규 발급 건수가 학사 6만5000개, 석사 2만개로 제한(쿼터제)돼 있으며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이 때문에 한국인 졸업생을 채용하려는 기업이나 졸업생 입장에서는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
뉴저지주 소재 미용업체 O사의 HR 담당자는 "올해 한국인 유학생 졸업생 4명을 H1B 비자로 채용하려고 했으나 추첨 결과 모두 탈락했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푸념했다.
H1B 비자 취득 과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위상은 글로벌 10대 경제강국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미국이민국(USCIS)에 따르면 지난해 H1B 비자 한국인 발급은 2178건을 기록해 전체 13만2429건(기존 H1B 소지자의 이직으로 인한 발급 포함)의 1.6%에 불과했다. 이는 인도(7만7637건), 중국(1만8911건)은 물론이고 필리핀(2301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칠레(1400개), 싱가포르(5400개), 호주(1만500개), 캐나다(무제한), 멕시코(무제한) 등은 자체 취업비자 쿼터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획득한 것이다. 한국은 한미 FTA 협상 당시 취업비자 쿼터 확보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투자를 한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현지 미국인을 대부분 채용하지만 일부 소통 등을 위해 한국인도 채용해야 하는데 비자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를 통한 개선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한국 국적 전문직 종사자들의 미국 취업을 용이하게 하는 이른바 E4 비자(연간 최대 1만5000개 발급) 창설을 위한 법안이 2013년 이후 연방 의회 회기 때마다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회기가 바뀌며 무산됐다. 올 4월 상하원에서 다시 공동 발의됐지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인재 전쟁이다. 한국 정부는 모든 외교·경제적 역량을 동원해 미국이라는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빛을 발휘할 기회를 찾아와야 한다.
[윤원섭 뉴욕 특파원 yw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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