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 거꾸로 입고 뛰어도 끄떡없는 철인, 스틸러스와 잘맞는 오베르단
포항 스틸러스의 외국인 미드필더 오베르단(28)은 지난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19라운드 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끈 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원정길에 동행해 열심히 응원한 포항 팬들 앞으로 가 승리 세리머니를 하던 도중, 갑자기 팬들이 오베르단의 하의를 가리켰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하의를 봤는데, 앞뒤가 바뀌어 있었다. 하의를 거꾸로 입고 풀타임을 뛴 것이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오베르단은 “나도 몰랐다. 경기 후 팬들 앞에서 인사를 했는데 그 때 거꾸로 입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보고서 깜짝 놀랐다”고 껄껄 웃었다. 마침 뒤로 같은 브라질 출신 동료인 제카와 완델손이 지나갔는데, 오베르단을 보며 낄낄거렸다. 오베르단은 “저 친구들이 내 바지를 벗기려 했다. 그래서 다리까지 잡혔다”며 “경기 중에 심판이 봤다면 경고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경기 중에는 느끼지 못했다. 불편한 것도 없었다”며 농담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렇게만 보면 그저 ‘웃긴’ 선수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지만, 오베르단은 현재 포항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선수다. 올해 K리그 무대를 처음 뛰는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면서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19라운드까지 진행된 K리그1에서 전경기 출전·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는 총 6명인데, 골키퍼를 제외하면 오베르단과 김영빈(강원) 두 명 뿐이다. 김영빈이 중앙 수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드필더로 전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는 오베르단의 체력은 실로 대단하다.
적게 뛰며 체력 소모를 덜하는 것도 아니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오베르단은 4월(71.68㎞)과 5월(58.99㎞) 뛴 거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6월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 또한 상위권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강철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스틸러스라는 팀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이런 오베르단을 볼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나도 선수 때 37경기 무교체 출전도 해봤다. (오베르단에게)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더니 자기도 도전해보겠다고 했다”고 농담을 던졌지만, 부상자가 속출하는 지금 상황에서 오베르단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한다.
정작 오베르단은 힘든 기색 없이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받아들이고 있다. 오베르단은 “이미 감독님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를 나눴다. 난 그저 계속 기회를 주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며 “피지컬 코치들이 내 체력 관리를 위해 정말 많은 힘을 쓴다. 나도 집에서 아내가 해주는 브라질 음식들을 먹으면서 영양 섭취와 휴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전경기 풀타임 출장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지만, 어디까지나 김 감독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오베르단은 “솔직히 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K리그 일정이 빡빡하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임무”라며 “결정은 감독님이 하는 것이다. 감독님이 체력 관리를 위해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거나 교체한다고 해도 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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