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성주서 물러나라”…사드 반대단체 “레이더 출력 공개 안한 환경영향평가 못 믿는다”
“사드 레이더 출력조차 공개 안 한 환경영향평가 못 믿는다! 김기현은 물러가라.”
26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 앞.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이 장맛비를 맞으며 ‘불법·조작·졸속 일반환경영향평가 원천 무효’ ‘사드괴담? 국힘당이 여기 살면서 몸소 증명하라’ 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같이 외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성주군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승인 브리핑을 듣기로 한 날이었다. 집회는 사드철회 성주대책위원회와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사드 대책위) 40여명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사드 레이더 출력값 공개를 거듭 요구했다. 사드 레이더에는 일반적인 탐색·감시(search·surveillance) 모드와 추적·측정(tracking·calibration) 모드가 있는데, 어떤 모드인지에 따라 전자파 출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2019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게재한 미연방 관보에도 나와 있다.
관보에는 사드 레이더 탐색·감시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매우 짧은 시간 방출되지만, 추적·측정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계속 노출돼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돼 있다. FAA는 이 같은 내용을 게시하는 이유로 전자파로 인해 개인이나 장비의 부상과 손상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전자파 측정 당시 사드 레이더의 모드와 방출되는 전자파 출력값에 대해서는 군사기밀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천 농소면 노곡리에 사는 박태정 이장(73)은 “휴대전화 전자파가 4㎞ 간다고 한다. (사드 레이더 탐지거리) 2000㎞ 넘게 쏜다는 사드가 휴대전화보다 낮다면 믿을 수 있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거짓으로 측정한 전자파 측정값이 계속 (언론에) 나가니까. (국민들은) 우리가 엄살 부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곡리는 사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정부는 앞서 공군과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실측자료를 검토한 결과, 측정 최대값이 인체보호기준(10W/㎡)의 530분의 1 수준(0.189%)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휴대전화 기지국보다 전자파가 낮은 수준이다.
김기현 당 대표가 탑승한 대형버스가 26일 오후 군청 앞으로 들어서자 한 주민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오느냐. 당장 물러가라”고 항의해 소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경찰이 사드 대책위를 둘러싸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사드 대책위는 “국가가 미국 무기를 들이기 위해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성주 참외를 먹는다고 한다. 성주 참외를 희화하고 정쟁 도구로 이용하려 하는 모습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성주농산물공판장과 성주농업인회관을 방문해 성주 참외를 맛볼 예정이다.
사드 대책위는 전자파 측정은 1년 이상 상시 모니터링 측정 결과를 반영해야 하지만 4개월 만에 이뤄진 점, 사드 부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임에도 일반환경영향평가로 불법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또 주민들조차 알 수 없는 주민대표가 비공개로 선정돼 평가 항목을 결정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전반에 걸친 요식·형식·기만적인 행태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명태균씨 지인 가족 창원산단 부지 ‘사전 매입’
- 명태균 만남 의혹에 동선기록 공개한 이준석···“그때 대구 안 가”
- [스경X이슈] 민경훈, 오늘 ‘아형’ PD와 결혼...강호동·이수근 총출동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
- ‘IPO 혹한기’ 깬 백종원 더본코리아… 지난달 주식 발행액 5배 껑충
- “김치도 못먹겠네”… 4인 가족 김장비용 지난해보다 10%↑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