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정확해서 오류가 나기도"··· 타협 모르는 로봇 지휘자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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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끝에 위치한 지휘봉이 위아래, 좌우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로봇 지휘자는 프로그래밍된 대로 곡을 지휘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박자를 지킬 수밖에 없다.
기계적인 정확성을 요구하는 부분은 로봇 지휘자가, 예술로서 즉흥·감성을 발휘하는 부분에서는 사람 지휘자가 맡는 식이다.
로봇 지휘자는 곡을 구성하는 구간의 시작과 끝을 정확하게 체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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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같은 관절 움직임 주목
정확도는 장점, 호흡적 타협 배려는 없어
오른손 끝에 위치한 지휘봉이 위아래, 좌우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음악이 쉬어가는 구간에는 지휘봉도 가만히 멈춰 있다. 음악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을 알기 위해 단원들 모두 검은 손 끝에 시선을 집중했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로봇 지휘자’의 모습이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26일 서울 중구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공연 ‘부재(不在)’의 연습 장면을 공개했다. 국내에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연습에 나선 로봇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 6’다. 인간 신체를 닮은 외형으로 오른손 끝에 지휘봉이 달려 있다. 지휘봉을 자유자재로 흔드는 데 로봇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연했다. 손가락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팔, 어깨까지 움직이도록 설계된 덕분이다. 박자를 맞추기 위해 머리도 끄덕이기까지 했다.
로봇 지휘자의 효능은 정확성에서 돋보였다. 로봇 지휘자는 프로그래밍된 대로 곡을 지휘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박자를 지킬 수밖에 없다. 로봇 지휘자가 단독으로 지휘할 곡으로 균일한 박자의 곡인 비얌바수렌 샤라브의 ‘깨어난 초원’, 만다흐빌레그 비르바의 ‘말발굽 소리’가 선곡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정확성이 단원과 호흡을 통해 곡을 이끌어나는 지휘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오류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됐다. 이번 공연에서 로봇 지휘자와 함께 지휘에 나선 최수열 지휘자는 “나름 균일하게 가는 작품을 골랐는데도 에버6가 (단원들과) 호흡적인 타협을 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했다”며 “아까 로봇만 지휘하는 곡을 할 때 위험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로봇이 사람 지휘자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본 이유기도 하다.
이같은 정확성이 오히려 단원들끼리 소통하고 교감하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최 지휘자는 “에버 6는 눈치도 안 보고 굉장히 냉정한 친구라 그대로 밀어붙인다”며 “사람 지휘자가 부재한 가운데 전혀 타협하지 않는 정확한 존재가 있었을 때 이뤄지는 불편함에 대해 사람들끼리 교감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사람 지휘자가 로봇 지휘자 공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같은 대목에서다. 기계적인 정확성을 요구하는 부분은 로봇 지휘자가, 예술로서 즉흥·감성을 발휘하는 부분에서는 사람 지휘자가 맡는 식이다. 로봇 지휘자와 사람 지휘자가 함께 지휘하는 곡으로 손일훈 작곡가의 음악적 유희 시리즈 ‘감’은 로봇과의 공존 가능성을 시험해볼 무대다. 이 곡은 악보 없이 지침만 주고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작품이다. 로봇 지휘자는 곡을 구성하는 구간의 시작과 끝을 정확하게 체크해준다. 사람 지휘자는 그 구간의 연주를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연주할지 알려준다.
여미순 예술감독 직무대리는 “‘감’과 같은 곡도 로봇 지휘자가 아니었으면 (연주를) 안 했을 곡이다. 무한한 상상력에서 무한한 창의적인 곡이 나오는 것”이라며 “지휘자로 에버6를 만났고 다음에는 다른 역할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겼다”고 언급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30일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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