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있는데도 행사장서 낫 들고 행패… 입건 안 된 이유는
경북 울진군에서 주관한 행사장에 나타난 50대 남성이 낫을 들고 행패를 부린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26일 울진군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울진군 평해읍 평해체육공원에서 열린 단오제 행사장에 나타난 A(51)씨는 갑자기 낫을 들고 난동을 부렸다. 당시 손병복 울진군수와 임승필 울진군의회 의장, 읍면청년회, 주민 등 500여명이 모인 자리였다.
행사장에서 만취 상태였던 A씨는 고성을 지르며 준비해 온 낫을 휘젓다가 자신의 손을 다쳤다. 당시 이를 말리던 주민들의 옷에 피가 묻는 등 그의 소동은 10여분간 지속됐다. 울진군은 A씨의 행패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장 인근에는 경찰 간부 등 경찰관 5명이 있었지만 사건 수습은 주민들이 맡았다. 주민들은 경찰에 A씨를 인계한 뒤 “A씨가 술을 많이 마셨으니 잘 달래서 귀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A씨를 귀가시킨 한 경찰관은 “A씨가 낫을 들고 행패를 부린 사실은 금시초문”이라며 “사건 당시 경찰관들은 원활한 행사를 위해 외곽에서 교통통제 등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에서 A씨의 난동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귀가한 A씨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오후 7시쯤 울진군청 당직실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그는 1시간 넘게 고성을 지르며 행패를 부리자 참다 못한 울진군청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A씨의 가족을 불러 귀가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A씨는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손병복 울진군수를 도운 측근으로 알려졌다. 울진군 관계자는 “다들 자기가 선거 도왔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소리치고 안 해주면 난동부리는 등 선거 1년쯤 지나면 자주 있는 일”이라며 “사건이 불거지면 무개념인 사람은 뒷전이고 군수와 직원들만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26일 이번 사건을 두고 울진경찰서에 면밀히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경북청 관계자는 “협박 등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A씨를 사법처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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